이러니 경보도 안울리지…'전자발찌 성범죄' 자택이 절반이상

중앙일보

입력 2021.09.11 05:00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가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차고 있다. 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가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차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발찌 살인범 강윤성(56)의 1차 범행 장소는 ‘자택’이었다. 경찰이 추정한 범행 시각은 지난달 26일 21시 30분에서 22시 사이. 강씨가 지난달 27일 오후 5시 30분쯤 절단기로 자신의 전자발찌를 끊기 전이었다. 그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자신의 집에서 첫 번째 피해 여성을 살해한 것이다.

자택에서 벌어진 재범에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이었다. 따로 경보가 울리지 않기에 사법기관이 알 수 없다. 사람에 대한 접근은 전자발찌 대상자의 과거 피해자에 한해서만 금지돼 있다. 지난 7월 동대문경찰서는 미성년자를 자신의 자택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보호관찰 대상 남성을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찬 범죄자들은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 재범 장소, 자택이 반 이상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전자감독 대상자 성범죄 재범 현황은 서울에서만 지난해 7건, 올해 8월 기준으로 8건이 발생했다. 15건 중에 발생 장소는 자택이 8건, 자택 인근이 1건이었다. 절반 이상이 자택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권 의원은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재범 사례가 줄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경찰은 관리, 감독은 법무부 소관이라고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재범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신속한 검경 공조체제를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대형스크린에 뜬 전자발찌 착용자 주의경보. 왕준열 기자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대형스크린에 뜬 전자발찌 착용자 주의경보. 왕준열 기자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강씨 사건 이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전자발찌 견고성 강화, 경찰과의 공조체계 개선, 외출제한 등 준수사항 위반 시 처벌 강화, 전자발찌 훼손의 경우 주거지 압수 수색 등이다. 하지만, 통계상 절반이 넘는 자택 범죄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자택에서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며 “범죄가 예상될 경우 집을 더 자주 찾아가 보는 등 24시간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충동 약물치료론’ 제기

2020년 기준 화학적 거세(성 충동 약물치료)의 방법, 비용 및 절차. 중앙포토

2020년 기준 화학적 거세(성 충동 약물치료)의 방법, 비용 및 절차. 중앙포토

일각에서는 ‘화학적 거세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정식 명칭은 ‘성 충동 약물치료’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감소시키는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저하하는 방식이다.

익명을 요청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성범죄자의 경우 대부분 성 도착증 같은 정신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재범의 우려가 높다”며 “무용지물인 전자발찌보다 화학적 거세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화학적 거세는 지난 2011년 한국에 도입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43명에게 약물치료가 시행됐는데, 이들 중 재범을 저지른 사례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약물을 투여해야 하고, 약물 투약을 중단하면 예전의 성욕을 회복하게 된다는 허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법원이 약물치료를 최장 15년 동안만 명령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후에는 투약이 중지될 수밖에 없다. 신체적으로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화학적 거세는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해서 신장과 간이 망가진다”며 “또,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팔ㆍ다리를 묶어서 바늘을 찌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좋은 대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출 제한 대신 야간 수용”

일체형 전자발찌. 뉴스1

일체형 전자발찌. 뉴스1

일부 전문가들은 ‘야간 수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성범죄가 통상 야간에 많이 일어나므로 보호 관찰의 연장선에서 전자발찌 착용자를 아예 수용 시설에서 관리하자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국가에서 출소자들에게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데 그 돈으로 야간 수용 시설에 수용하고 관리를 하면 되지 않냐”며 “조두순에게 임대주택을 주지 않고 별도 수용소에서 관리했다면 나영이가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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