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성은 "한동수, '휴대폰 제출' 조건 공익신고 받아줘"

중앙일보

입력 2021.09.11 05:00

업데이트 2021.09.11 07:31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33)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에게 지난 3일 직접 전화를 걸어 공익신고를 할 테니 공익신고자로서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동수 부장은 처음엔 ‘권익위에 신고하라’며 주저하다가 ‘휴대전화 제출’을 조건으로 수락했다”며 공익신고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조씨는 지난해 총선 직전인 4월 3일과 8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갑 후보)으로부터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고발장 두 건을 전달받았다고 지난 2일 언론에 처음 알린 제보자다.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증거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JTBC 제공=연합뉴스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증거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JTBC 제공=연합뉴스

조씨는 10일 밤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공익신고 보호는 국민권익위원회 소관이라며 주저하던 한 부장에게 ‘수사기관도 공익신고 대상 기관인 걸 안다’며 쳐들어가다시피 했고, 휴대전화 제출을 요청하기에 공익신고자 신분을 얻는 조건으로 응했다”며 “사실 법무부에 제보할까 생각도 했지만, 민주당 장관이라서 줬다는 정치적 해석을 피하고 싶어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대검 감찰부를 택했다”고 말했다. “다음 주 중 권익위에 정식으로 보호조치를 신청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조씨는 이날 TV조선이 ‘조씨가 지난 8월 11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났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선 “만난 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박 원장(조씨는 ‘대표님’이라고 호칭함)이 국민의당 대표일 때 내가 최고위원으로 있으면서 가깝게 지냈고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난 게 전부”라며 “박 원장이 윤 전 총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이번 의혹에 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엄마와도 상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래는 조씨와 일문일답.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이 지난 7월 1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한 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이 지난 7월 1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한 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이 이례적으로 공익신고자 인정 발표를 한 뒤 ‘벼락치기’ 결정이란 논란이 일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다음 날인 지난 3일 한동수 감찰부장의 전화번호를 구해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 조성은입니다’라고 소개한 뒤 공익신고를 하겠다고 하자, 오히려 한 부장은 ‘권익위에 우편 송달을 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주저했다.”
그런데 왜 대검을 고집했나.
“법무부에 전달할까 했는데 어떠한 정치적 편견도 씌우기 싫어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기관으로 향한 거다. 한 부장에게 ‘이건 그런 사안이 아니다. 공익신고 대상 기관에는 수사기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하며 쳐들어가다시피 했다.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들고 찾아가서 면담한 뒤 감찰3과가 기록·영상녹화를 하는 가운데 알고 있는 걸 흔들림 없이 쭉쭉 구술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공익신고자 인정은 어떻게 받았나.
“한 부장이 신중해 했던 건 이해한다. 아직 ‘손 준성 보냄’만 나왔는데 나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해버리면 대검 감찰부가 ‘손 검사가 맞다’고 인정해버리는 셈이 되니까 주저하는 게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당시 휴대전화가 있냐고 해서 있다고 하니까 제출을 해달라고 하기에 ‘휴대전화를 제출할 땐 공익신고자 신분을 득(得)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그 이후에야 빠르게 진행을 해줬다.”
공익신고자 지위에 대한 최종 판단기관은 권익위라 혼선이 있었다.
“다음주 중으로는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하려고 한다. 변호인단을 구성해 윤 전 총장, 김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적 조처 준비와 병행할 예정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핵심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핵심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도 받았나(※공수처는 이날 김 의원과 손준성 검사의 자택·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공수처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당시엔 대검에서 포렌식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공수처까지 가야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지난 8일 윤 전 총장의 고압적 태도의 기자회견을 본 뒤 법적 보호장치는 할 수 있는 만큼 해놔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협조하게 됐다. 수사에 협조하는 기간에는 나에 대한 수사기관의 신뢰가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언론 대응을 가급적 피해왔다.”
지난 8월 11일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만난 건 맞다. 갑자기 ‘국정원장 사퇴설’이 돌던 시기여서 연락을 주고받다 식사한 자리였다. 박 원장이 국민의당 대표일 때 내가 최고위원이었다. 그때부터 많이 잘 챙겨주셔서 부담 없이 편안하게 만났다. 박 원장이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다고 알았기 때문에 이번 의혹에 관해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 엄마와도 상의한 적이 없다.”
조성은씨가 지난달 11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조성은씨가 지난달 11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일각에선 박 원장 배후설을 제기한다.
“난 박 원장이 뭘 시켜서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대표님 이렇게 하셔야 해요’라고 말하는 쪽이다. 국민의힘 올 때도 ‘대표님 진짜 조국 싫어요’ 하면서 뛰쳐나왔다. 나도 나를 박 원장과 연결지어서 프레임을 짜려는 시각을 모르지 않는다. 내가 여야 대선 캠프 어디에도 관여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정원장과 연관시키려는 시선 때문이다. 박 원장이 국정원장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만난 날도 ‘(정치하다 관둔 건)똥통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지금은 내 일과 관련된 성취가 먼저다.
지난해 4월로 돌아가서, 왜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고발장을 아무에게도 전달하지 않았나.
“이번에 포렌식을 쭉 해서 나온 것만 봐도 선거 때는 갑자기 방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곤 한다. 고발장도 그런 식으로 왔다. 당시 고발장 앞의 다섯 장 정도만 봤는데 유시민·최강욱·황희석 외 MBC·뉴스타파 기자들이 피고발인으로 있더라. 선거 때는 모든 언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도 부족한데 기자들을 당이 고발하는 게 맞나 싶었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주요 관계인 입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주요 관계인 입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웅 의원이 대검에 접수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는데.
“대검에 가서 뭘 항의해야 한다는 건가 하고 알아보니까 다들 귀찮아하는 분위기였고, 다들 각 후보 캠프 방문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이러다 타이밍을 놓치겠다 싶어서 ‘나중에 필요하면 또 하겠지’라는 생각에 일단 뒀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가 6개월 정도는 되니까 꼭 필요한 거면 그 안에 당이 뭔가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전달된 메시지의 ‘손 준성’이란 이름이 애초에 조작됐을 것이란 의구심도 여전하다.
“그 당시에 2년 뒤 윤석열이 대선에 나올 것을 예상하고 그 모든 걸 미리 기획했다는 건 너무 웃긴 이야기 아니냐. 내가 공익신고자의 지위를 선택한 것도 그래서다. 난 내가 제출한 휴대전화 등 자료가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가 되질 않길 바란다. 내가 모르는 내용도 수사기관은 알고 있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검에 가서도 ‘수사 단계로 넘어가든지 어떻게든 빨리 정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씨는 “내게 욕을 하거나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며 “그래서 더더욱 빨리 정리하고자 했다. 그러려면 내가 반발 정도 더 빨리 움직이는 수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대해서도 “사람을 낭떠러지 앞에 세워놓고 신나서 인터뷰하고 돌아다니더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그는 “나는 빠른 일상의 회복을 바란다. 언제까지 이거에 얽매여서 내 일을 못 할 수는 없잖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손준성-김웅 ‘고발 사주’ 의혹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 손준성-김웅 ‘고발 사주’ 의혹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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