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석열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입건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11 00:27

업데이트 2021.09.1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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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호 01면

김웅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10일 오전 자신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김 의원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임현동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10일 오전 자신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김 의원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임현동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검찰 재직 시절 손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있다.

10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가 전날 윤 전 총장 등을 입건하고 ‘공제 13호’로 사건번호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수처는 손 검사와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전격 나섰다. 손 검사의 자택과 대구 고검 사무실, 김 의원의 자택과 차량,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지역구 사무실 등 5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김 의원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지만 사건 관계인(참고인) 신분으로 입건되지는 않았다. 공수처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김 의원과 손 검사가 고발 사주 의혹의 실마리가 된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등을 실제 주고받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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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제수사 착수는 지난 2일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지 8일 만이자,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지난 6일 해당 사건을 공수처에 고발한 지 4일 만에 이뤄졌다. 사세행은 윤 전 총장 및 손 검사와 함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전 대검 대변인) 등 모두 4명을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중 윤 전 총장과 손 검사 2명만 입건한 것이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뜻한다. 앞서 윤 전 총장 등을 고발한 사세행 김한메 대표는 지난 8일 공수처에 소환돼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그때만 해도 공수처는 “기초조사의 연장선상이며 수사 착수나 입건은 아니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압수수색과 함께 본격화된 공수처의 수사 행보는 다른 사건 처리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라는 평가다.

이날 오후 공수처 관계자는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압수수색 배경 등과 관련해 별도의 브리핑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압수수색 이유에 대해 “국민적 관심사 아닌가. 신속하게 사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너무나 중대한 범죄다. 이 사건 특성상 증거 확보가 시급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인멸이나 훼손의 우려가 크다”며 “다른 사건들보다는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죄가 있냐 없냐는 그다음 얘기다. 모든 혼란과 우려, 의혹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라고도 했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공수처가 이번 사건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 뚜렷한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 의혹 수준의 사안에 대해 야권 대선 주자를 ‘선택적 입건’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수사 시작부터 입건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다는 점과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측근 참모였다는 점 외엔 현재까지 이 사건과의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일각에선 “야당 대선 주자를 시민단체 고발장만 갖고 증거 없이 빛의 속도로 입건했다”는 말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입건 사유에 대해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었다. 언론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손준성 검사)은 검찰총장의 오른팔이라고 하지 않았나. 윤 전 총장도 (기자회견에) 나와서 나를 수사하라고 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어 “죄가 있냐 없냐는 나중 이야기”라고도 했다.

“공수처가 대선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 자초”  지적도

의혹이 나왔으니 우선 입건부터 한 후 범죄 혐의는 나중에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종민 변호사는 “뚜렷한 증거 없이 언론 보도 등의 의혹만 가지고 입건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는 선택적 입건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야권 대선 유력 주자를 명백한 증거도 없이 입건했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도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한 검사장, 권 지청장을 뺀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한 표적 입건 아니냐”고 반문했다. 야당도 윤 전 총장을 입건한 데 대해 강력히 성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권이 유력 대선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서 아니면 말기 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울산 선거공작 시즌 2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공수처가 다른 사건에 비해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면서 “공수처가 보인 수사 의지만큼 신속하고 의심의 여지 없는 수사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입건 사실이 공개된후 윤 전 총장 대선 캠프에서는 강력히 반발했다. 김병민 캠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위해 여권은 물론 검찰과 공수처가 혈안이 되어 있다”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현재 대검 감찰부는 손 검사가 근무하던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 내 PC를 확보하는 등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공수처 수사와 중첩되지 않는 범위에서 절차대로 진상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향후 공수처의 요청이 있으면 최대한 수사에 협조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입건해 수사하는 사건은 세 건으로 늘었다. 앞서 공수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관련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수사 방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 사건을 수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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