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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세 번째 비대면 명절, 이혼은 되레 줄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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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호 01면

[SPECIAL REPORT]
코로나가 바꾼 추석

명절은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즐기는 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많은 여성은 시댁에서 전을 부치고 제사상을 차리느라 대상포진·우울증에 시달린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다. 추석과 설 즈음에는 가족 사이에 불화가 생기고 심할 경우 다툼 끝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우리의 명절 풍경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친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것도 어려워졌고, 심지어는 고향의 노부모를 찾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신 벌초 대행, 온라인 성묘가 늘고 택배로 배달받은 차례상을 멀리 사는 가족과 영상으로 공유한다. 그 때문일까. 명절 다음달이면 어김없이 늘어나던 이혼 건수가 지난해에는 9347건(10월)에서 8876건(11월)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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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는 21세기의 바람직한 명절 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미 MZ세대의 절반 이상은 ‘차례·제사가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제사 폐지에 동의하는 비율은 2000년 7%에서 20년 만에 45%까지 높아졌다. 심지어 MZ세대에서는 명절에 부부가 각자 가족과 보내야 한다는 응답이 50%에 달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마련한 20여 가지가 넘는 제수를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놓고 절을 올리는 전통적인 차례 문화를 더는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변화에도 명절의 본래 의미가 퇴색하진 않았다. 오히려 허례허식이 줄고, 실속을 챙기는 풍조가 나타났다. 수백년을 이어 온 종가들도 차례상에는 제철 과일과 포 등 서너 가지만 올리는 경우가 많다.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모이는 명절의 의미만 기억한다면 간소한 차례상은 전혀 무례가 아니다. 세 번째 ‘비대면 명절’인 올 추석이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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