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SPECIAL

큰소리치던 집단면역 멀었는데, 슬며시 ‘위드 코로나’ 흘리는 정부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11 00:21

업데이트 2021.09.1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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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호 26면

콩글리시 인문학

집단면역 삽화

집단면역 삽화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 전쟁의 역사다. 죽음의 공포를 몰고 온 전염병은 3세기 나병, 14세기 흑사병, 16세기 매독, 17~18세기 천연두, 19세기 결핵, 20세기 에이즈 그리고 21세기 사스와 covid-19가 있다. 두 달째 코로나 확진자가 네 자리 숫자를 유지하면서 백신을 두 번 맞고도 또 전염되는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도 누적 3000명을 넘었다.

소비를 진작시킨다고 대체공휴일 제도를 만들자마자 처음 맞았던 8·15 황금연휴에는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 이동 금지였다. 데모를 막으려고 백주에 도심봉쇄, 불심검문, 소지품검사를 하는 나라, 이걸 두고 ‘K-방역’이라고 자랑이다.

‘백신은 곧 들어온다’, ‘충분한 물량이 확보됐다’고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집단면역(herd immunity)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은 10월까지 접종률이 70%가 될 거라고 장담했으나 9월 10일

0시 기준으로 1, 2차 백신을 맞은(fully vaccinated) 국민은 37.8%로 OECD국가 중 하위다. 국민 태반이 미접종인 상황에서 부스터샷(booster shot,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이 곧 시행될 것처럼 말하고, 정부는 슬며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흘리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풍토병(endemic)이 됐으니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물러섰다.

위드 코로나 계획이란 대부분 국민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중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방역체계의 전환을 말한다(The “With Corona” plan refers to the shift of quarantine system to severe patients while letting most others live a normal life). 어느 신문은 이렇게 썼지만 with corona는 콩글리시다. 코로나는 covid-19로 써야 한다. 야당이 확보된 백신 물량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비밀계약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태도다. 심지어 4주 간격으로 맞아야 하는 2차 백신을 물량 부족으로 6주로 늘리기도 해서 약효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진다.

1800년 유럽에서 천연두는 가장 무섭고 가장 끔찍한 전염병이었다. 독일에서만 해마다 3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사람은 곰보가 됐다. 가벼운 천연두가 유행할 때 미리 한 번 앓았던 사람은 다시 앓지 않는다는 사실은 당시에도 알려져 있었다. 인도 힌두스탄에서는 천연두 환자의 옷으로 어린이를 감싸는 방법이 행해졌고 중국에서는 환자의 피부에서 떨어진 부스럼딱지를 다른 사람의 콧구멍에 넣는 방법을 활용했다.

그러나 현대적인 접종방법을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외과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였다. 영국 시골도시 버클리에서 개업했던 제너는 암소 젖통과 젖꼭지에 천연두의 농포와 비슷한 병이 생기는 것을 보고 이를 우두(牛痘)라고 이름을 붙였다. 여기서 제너는 소를 치는 사람이나 젖을 짜는 사람은 천연두에 면역이 있음을 알아냈고,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천연두 백신이 나오게 됐다. vaccine, vaccinate, vaccination의 뿌리는 라틴어 vacca(소·牛)에서 나왔다. 천연두 백신 개발의 일등공신은 위대한 의사 제너와 함께 소를 빼놓을 수 없다. 인류를 질병에서 구한 것은 치료제가 아니라 백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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