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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계 차이, 얼마나 자명한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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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호 20면

기계이거나 생명이거나

기계이거나 생명이거나

기계이거나 생명이거나
이찬웅 지음
이학사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기술 발전을 고려하면, 인간이 자신을 우월한 종으로 업그레이드하려 들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했다. 인간은 AI와 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고, 수명을 늘리며, 몸과 정신을 바꿀 수 있게 되어 일종의 신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했다.

『기계이거나 생명이거나』는 하라리의 주장처럼 단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때로는 기계로, 때로는 생명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인간과 동물은 명쾌하게 구분됐다. 철학자들은 인간은 합리적이고, 의심할 줄 알며, 올바른 것을 이해하고 추구한다고 여겼다. 그렇지 못한 동물은 기계와 다를 바가 없다고 인식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동물들도 소통하고, 연대하고, 추모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간과 기계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생명의 본성을 단순한 DNA 복제와 변이를 반복하는 매우 기계적인 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기계는 생명의 특성을 갖기 시작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감정 인식 로봇이 등장했고, 로봇 장례식도 치러지고 있다.

저자는 “인간 진화의 마지막 단계는 기계가 아닐까”라는 일각의 주장도 언급한다. 그러나 “진화라는 흐름은 생명과 기계 양쪽 모두에서 뇌과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생명공학, 정보공학의 발전 앞에서 인간의 본성을 새롭게 해명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한다. 생명과 기계의 경계선이 이동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 지각은 디지털화되고 있다. “매체의 형식은 우리의 지각, 사유, 소통 자체를 변화시키며, 세계 안에 놓여 있는 양상과 관계 자체를 규정하고, 더 나아가 인간이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관계 자체에 개입한다”고 했다. 가령 교수는 칠판에 쓰지만, 학생들은 이를 사진에 담으려 한다. 문자를 통한 교육 전통이 위기에 빠졌다는 얘기다.

저자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영화학 석사, 리옹 고등사범학교에서 들뢰즈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생명과 기계를 철학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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