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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뿐 아니라 일본·중국과 협력 강화도 중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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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호 19면

[SUNDAY 인터뷰] 주북한 독일 대사 두 차례 지낸 토마스 섀퍼

토마스 섀퍼(Thomas Schäfer) 전 북한 주재 독일 대사는 평양에서만 두 번(2007~2010, 2013~2018년) 대사직을 수행한 북한 문제 전문가다. 베테랑 직업외교관이었던 섀퍼 전 대사는 2018년 독일 외교부에서 은퇴한 후 쓴 책 『김정일에서 김정은까지: 강경파가 어떻게 득세했는지』를 최근 펴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섀퍼 전 대사를 만나 남북한과 북한-미국 관계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토마스 섀퍼 전 주북한 독일 대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인섭 기자

토마스 섀퍼 전 주북한 독일 대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인섭 기자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결렬된 후 그동안 코로나19 등으로 남북한, 북·미 관계가 올스톱된 것 같다. 언제쯤 정상화할 것 같은가.
“남북 간, 북·미 간에는 이전에도 원래 정상적 관계가 없었다. 지금까지 시간계획, 대화 성사 여부는 모두 북한에 달려 있었다. 북한 외 다른 나라들은 언제나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접촉의 전제로서 정치적인 목표를 제시해 왔다. 미군 철수 요구라든지 한·미 관계에 교란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든지.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에 가까워지면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북한은 긴장과 유화 국면을 적절히 섞어 활용해 왔다. 3년 후 미국 대선도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등장할 것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와 비슷한 성향의 후보가 나올 때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최근 영변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정황들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영변원자로 재가동 뉴스가 맞는다면 긴장 관계를 다시 고조시키려는 시도일 것이다.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났을 때 원자로 가동중단 대가로 제재 완화를 요구했던 그 카드를 상기시키는 이슈다.”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더 큰 도발을 할 가능성은 있나.
"예를 들어, 단거리 미사일 발사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그러나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까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통신선을 불시에 재개했다 다시 닫았는데 어떤 메시지가 있다고 보나.
"이 또한 전략적 차원에서 나온 것 같다. 한미연합훈련과 연계해 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일시적으로 열었다가 국면이 끝나니 다시 닫은 것으로 보인다. 긴장완화하겠다는 뜻은 없고 제스처에 그치는 것 같다. 진정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최근 북한의 동향을 보면 김여정이 전면에 나서고 김정은은 한발 뒤로 물러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여정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등장해 강한 표현의 발언을 했다. 김정은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 건강이 안 좋다든지 뭔가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후계자 세우는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해 본다.”
한류 규제라든지 북한 사회 내부 통제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내가 북한 대사로 있을 때도 일종의 포고령 같은 게 있었다. 어떤 것을 위반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 식이었다. 북한은 외부문화가 들어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느끼는 것 같다.”
오랜 제재와 코로나19로 북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
"코로나19 초기 단계인 지난해 3월 독일을 비롯한 북한의 서방 공관들은 다 철수했다. 러시아와 중국, 시리아 정도만 남은 것 같다. NGO(비정부기구)나 유엔도 철수한 거로 알고 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매우 어렵다면 세계식량기구(WFP)나 FAO(세계식량농업기구) 등을 통해 지원요청을 했을 것이다. 아직은 그런 움직임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은 국익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의 철수와 배치를 유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재래식 무기 부문에선 한국이 북한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위협이 된다. 그 때문에 한국은 동맹을 필요로 한다. 미군 철수 이야기가 혹시라도 거론된다면 이는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의 도발이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북한은 2012년부터 미군 철수 등 정치·군사적 요구를 강하게 해 오고 있다. 그 이전엔 경제적 반대급부 요구가 많았다. 게다가 미국의 고립주의, 비개입주의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그렇다. 유럽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이웃나라 일본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도 물론 중요하다.”
내년 3월엔 대선이 치러진다.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먼저 그 전에 긴장이 고조되는 안 좋은 단계가 올 수 있다. 그런 다음에 북한은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나 접촉, 긴장완화를 제안할 수 있다. 같은 패턴이 평창올림픽이 개최됐던 2018년에도 있었다. 북한은 중장기적 시간 계획을 잡아서 그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
독일은 통일된 지 벌써 31주년을 맞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의 통일은 기약이 없어 보인다.  
"북한은 상당히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책과 노선을 세운다. 한국을 비롯해서 북한과 관계된 나라들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시간은 북한의 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북한 간 그리고 북한과 주변국 간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북한 사회 내 불만이 더 커질 것이다. 북한에서도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강경파도 있고 중국식 개혁을 원하는 온건파도 있다. 동독 주민들은 처음엔 독재정권에 맞서서 “우리가 시민이다”고 외쳤는데 점점 발전하면서 구호가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다”로 바뀌었다. 북한도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처음 촉발이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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