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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있는 ‘명절 증후군’…주부들 대상포진·근육통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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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호 10면

[SPECIAL REPORT]
코로나가 바꾼 추석

주부 근육통 일러스트

주부 근육통 일러스트

“명절을 앞두고 또 몸이 아플까 걱정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겪는데 이번에는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지난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한 포털사이트 맘 카페에는 40대 후반이라는 여성 A씨의 글이 올라왔다. 몇 년 전부터 매년 명절 즈음만 되면 마치 심한 독감에 걸린 것처럼 온몸에 근육통이 생기고 두통이 온다는 내용이었다. 증상이 심할 때는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피부에도 발진과 수포가 나타나고 가려움증도 있어 더 힘들다고 했다. 우울증까지 온 A씨는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A씨는 2년 전 추석 때도 대상포진으로 아예 시댁 제사와 차례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A씨는 “명절 때마다 이러다 보니 시댁에 와서 일하기 싫어 일부러 꾀병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것 같아 괴로울 때도 많았다”고도 했다.

서울 송파구 한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서 내과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병옥씨는 “명절을 전후해 대상포진 증상으로 내원하는 주부 환자들이 간혹 있다”며 “평상시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주기적으로 명절 시즌에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명절 스트레스는 대상포진 외에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주부 중 일부는 목이나 허리, 등 부위에 심한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검사를 해보면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성 통증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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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명절 음식과 제사, 차례 준비 등으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 중에 면역력 저하로 대상포진 등 각종 신체적·심리적 질환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2019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1921명을 대상으로 ‘명절 우울증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명절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기혼여성은 남성에 비해 1.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을 두고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도 생겼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만 있는 유일한 질환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정신과 전문의 김동욱 박사는 “여성, 특히 주부들에게 과도한 짐을 떠넘기고 역할에 대한 의무만을 강요하는 것은 신체뿐 아니라 심리적 질환(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명절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화합의 장이 되도록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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