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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심장’ 표심 잡자, 윤석열·홍준표 ‘TK 공성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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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호 04면

정치권에서 흔히 대구·경북(TK)을 ‘보수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궤멸적 패배를 당할 때도 대구시장(권영진)과 경북지사(이철우)는 야당 차지였다.

그런 TK에서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 초까지 야권 대선후보들의 혈투가 벌어진다. 먼저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TK 순회에 나선다.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11일 대구를 찾아 하루 동안 8개 일정을 소화한 뒤 13일 다시 1박 2일 일정으로 경북·경남을 찾을 예정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대구를 찾은 홍준표 의원은 국채보상기념공원 방문을 시작으로 서문시장 방문, 대구시당·경북도당 당원 인사, 기자간담회,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정책간담회 등 5개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홍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복당 전이던 지난 4월 말과 비교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며 “최근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이룬 뒤 대구에 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 의원은 이어 “이번에 대구·경북 일정을 마치면 골든크로스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윤 전 총장을) 앞서게 될”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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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나오길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홍 의원은 “이 지사도 인파이터고 저도 인파이터”라며 “인파이터 경력으로 따지면 이 지사는 저에게 게임이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치하면서 가장 벗어나기 어려웠던 게 막말 프레임”이라며 “그런데 이 지사는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했다.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전국 유세장에서 쌍욕을 사흘만 틀면 대통령 선거는 끝난다”고 했다. “(욕설을 들은) 국민이 이 지사를 어떻게 찍겠느냐”는 주장이다.

홍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자료를 주고, 그 자료를 주는 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양해했느냐가 (가려야 할) 팩트다. 그 팩트만 가리면 될 걸 정치 공작으로 몰고 가느냐. 어처구니없다. 나중에 다른 팩트가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며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도 했다.

이날 홍 의원이 가는 곳에는 적잖은 인파가 몰렸다. 일부 지지자는 홍 의원 일행을 따라다니며 최근 유행하는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 등을 연호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면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면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 측도 TK의 중요성을 감안해 1차 컷오프 경선(15일)을 앞두고 급히 TK 방문 일정을 잡았다. 캠프 관계자는 “원래 예정된 일정은 아니고 최근 상황을 고려해 TK를 찾기로 했다”며 “1차 경선에서 1등을 하고 나면 분위기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사람이 같은 때 TK를 방문하게 되니 서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누구에게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지, 누구에게 더 호감을 보이는지 등을 보면 어느 정도 현지 민심을 읽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 수치에서도 최근 TK 민심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이 공동으로 지난 6~8일 조사해 지난 9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중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도 TK 지지율에 적잖은 변화가 감지됐다.

조사 결과 홍 의원의 TK 지지율은 일주일 만에 14%(2일)에서 30%(9일)로 16%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전 총장의 TK 지지율은 같은 기간 44%에서 20%로 2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여론조사 결과를 지역별로 나눠 분석할 경우 오차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TK 지역 여론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건 분명하다는 게 현지의 공통된 분석이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7일 조사해 지난 9일 공표된 리얼미터의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도 흐름은 비슷했다. TK만 봤을 때 홍 의원은 20.6%(8월 24일)에서 37.2%(9월 9일)로 16일 만에 16.6%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윤 전 총장도 30%에서 33.1%로 3.1%포인트 올랐지만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다만 여야 후보 모두를 놓고 적합도 조사를 했을 경우 NBS 조사에선 22%(윤석열) 대 20%(홍준표), 리얼미터 조사에선 32.4%(윤석열) 대 22.6%(홍준표)로 윤 전 총장이 TK 지역에서 홍 의원을 여전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도 홍 의원의 TK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에서 호남이 그러하듯 국민의힘에 TK는 ‘전략적 요충지’다. TK 민심을 잡아야 당내 경선에서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를 상대로 한 ‘국민 시그널 공개 면접’ 행사의 진행을 맡은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TK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정권 교체 열망이 높은 곳”이라며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으로, 이 지역의 승패가 전체 경선의 승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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