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뽁뽁이'를 닮은 컬러풀한 실리콘 장난감 '팝잇 푸시팝(팝잇)'이 세계 어린이의 ‘인싸템’으로 떠올랐다. 팝잇은 거품처럼 솟아오른 형형색색의 실리콘 반구를 누를 때마다 '뽁, 뽁' 소리를 내며 움푹 패이고, 다 누른 뒤에는 뒤집어서 누르기를 반복하는 지극히 단순한 장난감이다.
최근 팝잇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인스타그램에 팝잇 관련 게시물이 1만4000건이 올라와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감과 불안감을 팝잇을 누르며 달랜다'는 게시글이 적지 않다. 사이즈별, 디자인별 각양각색 팝잇 콜렉션을 선보이는 게시물도 인기다.
팝잇 열풍 주인공은 원숭이?
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이같은 열풍과 함께 팝잇 게임 개발자에 대한 숨겨진 얘기를 보도했다. BBC가 지목한 '팝잇 열풍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원숭이였다. 지난해 10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게이틀린 레이'라는 반려 원숭이가 팝잇에 몰두한 모습이 팝잇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영상 속 게이틀린은 다른 장난감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팝잇을 '뽁, 뽁' 누르는 데만 열중한다. 한 면을 다 누른 뒤에는 서둘러 뒤집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주인이 말을 걸면 팝잇을 들고 자리를 옮기고, 개가 다가와도 팝잇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이 영상에 많은 사람들이 "팝잇의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입증됐다"며 열광했다. 동영상은 20만뷰를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게이틀린의 주인 제시카 라처는 "게이틀린의 생일에 누군가 선물로 팝잇을 줬다"며 "나와 남편도 그때 팝잇을 처음 봤다. 동영상을 올린 뒤 게이틀린의 팬들이 각종 팝잇을 계속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 유두 만지는 듯한 장난감' 아이디어
BBC에 따르면, 팝잇은 코로나19 시국에 갑자기 튀어나온 물건이 아니다. 무려 1975년 탄생한 유서깊은 장난감이다. 팝잇의 최초 개발자는 이스라엘 사람인 테오 코스터(1928~2019)와 오라 코스터(1931~2021) 부부다. 1955년 결혼한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합쳐 '테오라 디자인'이라는 장난감 회사를 만들었고, 190개 이상의 게임을 발명했다.
팝잇은 미술교사였던 오라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오라의 여동생이 유방암으로 사망한 뒤, 슬픔에 빠져있던 오라가 어느 날 테오에게 "엄마의 유두를 만지는 기분을 주는 커다란 장난감을 개발해보자"고 제안했다. 오라와 테오의 아들 보아스 코스터는 "엄마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최초의 팝잇은 일종의 '젖꼭지 카펫'이었다"고 말했다. 1975년 출시된 초기 모델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지금처럼 말랑한 실리콘 고무를 구할 수 없어 다소 딱딱한 질감의 재료를 썼기 때문이다.
이후 사업을 넘겨받은 보아스가 2014년 '마지막 거품을 터뜨리지 않는 2인용 게임'으로 재출시한 '라스트 원 로스트'가 수천 세트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보아스는 원숭이 동영상에 대해 "우리 부모님이 생각한 아이디어의 본질이 녹아있다"고 극찬했다.
무허가 제품이 99.99%…"그래도 기쁘다"
현재 팝잇은 파인애플·공룡·유니콘 등 각종 디자인으로 재탄생해 전 세계에서 팔려나가고 있다. 보아스는 "판매량은 최소 5억~10억개 사이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테오라 디자인'에 라이선스를 받은 제품은 거의 없다. 보아스는 "99.99%는 무허가 제품"이라고 말했다.
팝잇 열풍으로 무허가 제조업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었지만, 보아스는 "부모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세계로 뻗어나간 것만으로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몇 개월전 돌아가신 어머니 역시 자신의 발명품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것을 보시고 진심으로 행복해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