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핫 이슈

"죄는 다음 문제"…증거없이 윤석열 입건한 공수처의 해명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18:40

업데이트 2021.09.11 10:12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 접수 나흘 만에 정식 수사로 나섰다. 윤석열 전 총장과 손준성(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과거 사건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검찰 일각에선 “야당 대선 주자를 시민단체 고발장만 갖고 증거 없이 빛의 속도로 입건했다”는 말도 나온다.

‘전달자’ 김웅 건너 윤석열부터 ‘표적 입건’ 논란

공수처는 이에 “신속하게 사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공수처가 이번 사건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더불어 뚜렷한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 의혹 수준의 사안에 대해 야권 대선 주자를 ‘선택적 입건’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한국교총 대표단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윤 전 총장을 입건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한국교총 대표단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윤 전 총장을 입건했다. 임현동 기자

공수처, “윤석열 직권남용 등 4개 혐의로 입건”

공수처 관계자는 10일 정부 과천청사 공수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을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기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공제 13호’로 정식 입건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측근으로 불리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있다. 손 검사도 같은 혐의로 피의자 입건됐다.

윤석열, 손준성-김웅 ‘고발 사주’ 의혹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 손준성-김웅 ‘고발 사주’ 의혹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수처는 고발장을 접수한 지 나흘 만에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이날 오전 손 검사가 근무하는 대구고검 사무실과 자택 등 5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또 김웅 의원의 의원실과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김 의원은 고발장 피고발인에 포함 안 돼 주요 사건 관계인(참고인) 신분이라고 한다.

공수처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김 의원과 손 검사가 고발 사주 의혹의 실마리가 된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등을 실제 주고받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공수처의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 과정에서 10일 의원실에 도착한 김 의원이 공수처 관계자에게 항의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0일 공수처의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 과정에서 10일 의원실에 도착한 김 의원이 공수처 관계자에게 항의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압수수색 사유에 “증거인멸 우려…죄 유무는 그다음 얘기”

손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약 3시간에 걸쳐 마무리됐다. 반면 김 의원의 압수수색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다.

이른 압수수색 이유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너무나 중대범죄다. 이 사건 특성상 증거 확보가 시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인멸이나 훼손의 우려가 컸다고 판단했다”며 “다른 사건들보다는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죄가 있냐 없냐는 그다음 얘기다. 모든 혼란과 우려, 의혹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공수처가 다른 사건에 비해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공수처는 이날 기자단과 협의를 거쳐 오후 3시30분부터 약 한시간 동안 이례적으로 압수수색 관련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방역을 고려해 추첨으로 뽑힌 15개 언론사가 참고했다.

하지만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수사 시작부터 입건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윤 전 총장 및 손 검사와 함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전 대검 대변인) 등 모두 4명을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중 윤 전 총장과 손 검사 2명만 입건했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김웅 위원에게 범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 초안 등을 전달해 야당이 고발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다는 점과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측근이라는 점 외엔 이 사건과의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입건 사유에 대해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었다. 언론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손준성 검사)은 검찰총장의 오른팔이라고 하지 않았나. 윤 전 총장도 (기자회견에) 나와서 나를 수사하라고 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주요 관계인 입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주요 관계인 입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뚜렷한 증거 없는데… 尹 표적 입건”비판도 

의혹이 나왔으니 우선 입건한 후 범죄 혐의를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종민 변호사는 “뚜렷한 증거도 없이 언론 보도 등의 의혹만 가지고 입건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는 선택적 입건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여권 대선 유력 주자를 명백한 증거도 없이 입건했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도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한 검사장, 권 지청장을 뺀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한 표적 입건 아니냐”고 반문했다.

야당도 윤 전 총장을 입건한 데 대해 강력히 성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권이 유력 대선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서, 아니면 말기 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울산 선거 공작 시즌 2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승재현 연구원은 “공수처가 보인 수사 의지만큼 신속하고 의심의 여지 없는 수사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