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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과서 '종군 위안부→위안부' 수정에 정부 "매우 유감"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교과서에서 '종군(從軍) 위안부' 대신 '위안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강제 연행'도 '강제 동원' 혹은 '징용'으로 수정하기로 한 데 대해 정부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위안부'를 공식 입장으로 정한 데 이어 8일 출판사들의 표현 수정 신청을 승인했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뉴스1.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뉴스1.

외교부 "강제성 희석…매우 유감"

외교부는 10일 "올해 4월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강제성을 희석하려는 답변서를 각의 결정한 데 이어 최근 교과서 출판사들이 관련 표현의 삭제, 변경 등 수정을 신청하고 문부과학성이 이를 승인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각의(국무회의)에서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며 "단순히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우익 성향의 국회의원이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에는 '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가 이에 호응한 셈이었다. 당시 각의는 '강제 연행'도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쓴다. 종군 위안부 조차도 '군을 따르다'는 의미가 담겨 자발성이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한술 더 떠 '종군'이라는 표현까지 아예 삭제한 것은 일본 군의 개입 자체를 부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日도 이미 인정한 역사적 사실"

외교부는 또 "일본군 위안부 동원ㆍ모집ㆍ이송의 강제성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이야말로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입증하는 그 어느 문건보다도 강력하고 분명한 증거"라며 "일본 스스로도 인정한 바 있으며 국제사회 역시 이미 명확히 판정을 내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1940년대 수많은 한국인들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하였다는 점 또한 일본이 2015년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인정한 바 있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그간 스스로 밝혀왔던 역사 인식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이를 뒤집으려는 시도나 이에 역행하는 언행을 삼가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30일 일본 문부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등학교 사회 과목 교과서들. 30종 모두에 독도에 대한 기술이 담겼다. 윤설영 특파원.

30일 일본 문부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등학교 사회 과목 교과서들. 30종 모두에 독도에 대한 기술이 담겼다. 윤설영 특파원.

정부, 출판사 사실상 압박...고노 담화 무력화

최근 '종군 위안부', '강제 연행' 표현을 없애거나 바꾸겠다며 일본 문부과학성에 신청해 지난 8일 승인을 받은 출판사는 총 5곳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각의에서 '종군 위안부', '강제 연행'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지 5개월만에 일본 교과서에서 해당 표현이 실제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정부가 출판사를 상대로 수정을 압박한 정황도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5월 중ㆍ고등학교 교과서 출판사 20여 곳의 간부를 불러 이례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부과학성은 교과서의 위안부 등 표현과 관련해 6월 말까지 정정 신청을 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정 권고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이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담화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자기모순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993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군의 개입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에는 "종군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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