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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문 더 좁아지나…금융지주 회장들 “가계대출 책임지고 점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출 절벽'이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5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회장들은 10일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자산 버블을 부추기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직접 책임지고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받는 게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고승범 금융위원장.

이날 간담회는 고 위원장 취임 후 금융회사와 소통하는 첫번째 자리로 마련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자 최우선 과제”라며 “5대 금융지주의 가계대출은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 총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5대 금융지주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가계부채 관리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과도하게 지원되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제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에 잠재 위험은 없는지 등에도 신경 써달라”고 덧붙였다.

다만 고 위원장은 “금리·수수료·배당 등 경영판단사항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적 결정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등을 이유로 금융지주에 배당 제한령을 내렸다 해제한 바 있다.

고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추석 이후 가계대출 상황을 보며 추가 보완 대책을 발표하겠다”며 “실무적으로 20~30가지에 달하는 세부 항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하기 전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고 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지주 회장. 뉴스1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하기 전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고 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지주 회장. 뉴스1

금융당국의 요구를 받아든 금융지주 회장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자산 버블을 부추기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직접 책임지고 점검하겠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내에서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5대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5~6%)의 턱밑까지 와 있는 상태다.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814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2%(28조6610억원) 증가했다. 남은 넉 달 동안 가계대출 잔액이 12조원만 늘어도 증가율 목표치인 6%를 넘어설 수 있다. 시중 은행의 대출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계대출 증가액 절반 차지한 전세대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가계대출 증가액 절반 차지한 전세대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게다가 가계대출 증가의 절반 이상이 실수요 대출로 분류된 전세대출(14조7543억원)이라 이를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전세대출은 매달 2조원 가까이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규제 등을 검토하다 실수요라는 이유로 규제하지 않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낸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셋값이 전년보다 10%가량 오른 상황에서 대출 목표치를 준수하라고 한다면, 결국 신용대출 등 실수요와 무관하다고 분류되는 대출의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 일부를 중단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자금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달로 종료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재연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코로나19 4차 유행 등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연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조치연장 요구, 장기유예 차주의 상환부담 누적 등 잠재부실 발생 위험과 같은 조치 연장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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