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남편을 싸워 이겨야 하는 적으로 대하지 않나요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남(103)   

얼마 전 중간관리자를 위한 소통 강의를 진행하며 여러 사람이 공감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상사는 적이 아니라는 내용이었죠. 상사 또한 나의 자원 중 하나이고 싸움의 대상이 아니니 경험을 인정하고 지지받을 방법을 찾아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회사가 아닌 집에서도 때때로 가족을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적처럼 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3000건 이상의 이혼상담을 맡아 진행해온 최유나 이혼전문변호사의 강연을 영상으로 듣다보니 역시나 부부는 적이 아닌 내 편이라고 강조합니다.

이혼 상담의 반 정도는 폭행이나 외도 등의 사유이지만 나머지 반은 성격 차이라고 합니다. 입장과 상황이 달라 쌓인 오해가 풀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가정 안팎의 일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일임을 기억해야한다. 부부 사이에 역할은 편의상 나누어 진 것일 뿐 책임과 부담은 함께 지는 것이다. [사진 pxhere]

가정 안팎의 일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일임을 기억해야한다. 부부 사이에 역할은 편의상 나누어 진 것일 뿐 책임과 부담은 함께 지는 것이다. [사진 pxhere]

부부는 ‘시간, 돈, 노동력’을 나누는 관계
가정에서 내가 아니면 상대가 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죠. 소중한 것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라 하더라도 당연히 알아주는 것은 없고 배려의 방법은 같지 않죠. 나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부 사이 필요한 말은 ‘이것도 못 해줘’가 아닌 ‘나 대신해줘서 고마워’입니다.

각자의 역할 분담이 책임 분담이 되서는 안돼 
나는 돈 버는 기계, 뒷바라지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상대가 갖도록 하고 있진 않은가요? 가정 안팎의 일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역할은 편의상 나누어진 것일 뿐 책임과 부담은 함께 지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니 책임이잖아’가 아니고  같이 고민해 보자는 말이 필요합니다.

상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변한 것
연애하던 남녀와 결혼을 결심하면서부터 상황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결혼 준비에서부터 양가의 의견에 대립이 생기죠. 출산과 육아, 직장에서의 퇴직과 부부 각자가 맞이하는 갱년기까지 상황은 계속 변하고 그 안에서 갈등이 생깁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당신 변했어”가 아니라 갈등을 같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를 탓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죠. 탓이 아닌 한편이 되어 감당하는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이혼 상담을 받은 많은 부부가 성격차이를 말한다고 한다. 입장과 상황이 달라 쌓인 오해가 풀리지 않아 이혼 변호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이혼 상담을 받은 많은 부부가 성격차이를 말한다고 한다. 입장과 상황이 달라 쌓인 오해가 풀리지 않아 이혼 변호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요즘 요리하는 남자의 모습으로 달달한 남편을 보여주는 류수영 씨는 전복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다양한 전복 요리를 준비해 선보인다고 합니다. 아내 박하선 씨가 전복을 워낙 좋아하는데 매번 전복 버터구이만 해주는 것이 미안해 다양한 레시피를 탐구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전복을 깔끔하게 손질하는 법을 선보이던 그는 전복 손질은 남자가 해야 한다고 말했죠. 자기가 할 거 아니면 나가서 사주는 것이 낫지 “여보 싸길래 10마리 사 왔어” 하는 말은 말라는 것입니다.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은 당연히 내 편이 되어 나를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렇다면 나 역시 가족을 그렇게 이해해 주고 있나요? 적이 아닌 내 편을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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