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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남긴 반찬 먹어치운 교장…교훈 주려다 뜻밖 논란[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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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사립고에서 학생들이 남긴 급식 반찬을 교장이 먹어치우며 ″음식 낭비를 줄이라″고 교훈한 일이 화제다. [인터넷 캡처]

중국의 한 사립고에서 학생들이 남긴 급식 반찬을 교장이 먹어치우며 ″음식 낭비를 줄이라″고 교훈한 일이 화제다. [인터넷 캡처]

중국의 한 사립 고등학교 교장이 일주일째 학교 식당에서 학생들이 남긴 잔반을 먹어치운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교장은 "음식 남기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교육 차원에서 솔선수범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코로나19 시국에 맞지 않는 비위생적 행동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주일간 한끼에 6~7명 학생 잔반 먹어치워

9일(현지시간) 중국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 치양현의 사립고 교장 왕용신(58)은 지난주부터 식사시간마다 학교 식당에서 잔반통으로 사용하는 녹색 양동이 옆에 젓가락을 들고 서 있었다. 식사를 마친 학생이 잔반통에 남은 음식을 버리려고 하면, 왕 교장이 학생의 트레이를 건네받아 자신의 입에 몰아넣는 것으로 끼니를 때웠다. 또 음식을 버리려던 학생에게는 "먹을만큼 담아가고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왕 교장은 이런 식으로 매 식사시간마다 6~7명의 학생이 남긴 음식을 먹어치웠다. 대다수 학생은 그의 행동에 당황해 멋쩍게 바라봤고, 일부 학생은 버리려던 음식을 황급히 자신의 입에 넣었다. 왕 교장은 "음식을 낭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내가 모범을 보이기 위해 이같은 일을 자처했다"며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해 자주 배가 고팠고 음식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행동에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모두 놀라고 있다"며 "최근에는 교사와 학생들이 급식실 직원에게 '음식을 조금씩만 덜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음식 낭비가 줄고 있다"고 자신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왕용신 교장이 급식을 남긴 학생의 트레이를 건네받아 남은 음식을 자신의 입으로 쓸어넣고 있다. [바이두 캡처]

왕용신 교장이 급식을 남긴 학생의 트레이를 건네받아 남은 음식을 자신의 입으로 쓸어넣고 있다. [바이두 캡처]

"훌륭하고 생생한 교훈" "코로나19 상황에 맞지 않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설전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사회에 만연한 음식 낭비 문화를 바로잡을 만한 훌륭하고 생생한 교훈"이라며 왕 교장이 추켜세웠다. 반면 "절약도 좋지만 누군가 남긴 음식을 먹는 것은 코로나19 등 전염병 시국에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다른 교육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왕 교장은 "학교 식당의 음식은 모두 같은 주방에서 조리된 것이고 모든 학생과 교사가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며 "아이들은 모두 내 자식과 똑같기 때문에 그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中 '음식낭비방지법' 제정할 정도로 골머리 

자신의 딸에게 강제로 ‘먹방’(먹는 방송)을 시킨 중국의 한 부모가 올린 먹방 영상중국 바이두 캡처

자신의 딸에게 강제로 ‘먹방’(먹는 방송)을 시킨 중국의 한 부모가 올린 먹방 영상중국 바이두 캡처

한편, 중국은 음식물 쓰레기로 골치를 썩고 있다. 2018년 중국과학원 산하 지리과학과천연자원연구소가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식사량의 11.7%를 남긴다. 대규모 모임에서는 남는 음식 비율이 38%로 증가했다. 학생들은 학교 급식이나 도시락의 3분의 1은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 4월 통과된 '음식낭비방지법'에 따라 음식 쓰레기를 과도하게 배출하는 식당과 주문한 음식을 많이 남기는 손님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온라인에서 폭식을 유발하는 먹방 형태의 라이브 스트리밍쇼를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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