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프랑스 대표 화가 여럿 섭렵한 풍운의 춤추는 여인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09:33

업데이트 2021.09.10 15:55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63)

무용과 음악은 늘 함께 하는 것 처럼 그림도 댄스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면 댄스 문화사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파리 몽마르트의 뮤즈로 불린 ‘쉬잔 발라동(Suzanne Valadon)’ 이라는 여인이 있다. 댄스계가 그리 넓은 세계가 아니라 웬만한 춤꾼끼리는 서로를 알아본다. 파티장이나 행사장에서 굳이 개별적인 인사를 나누지 않아도 누가 누구인지 알 정도는 된다. 우리 댄스계에 미모가 뛰어난 한 여성이 남자 파트너를 바꿔가며 나타났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궁금해진다.

댄스계가 그리 넓은 세계가 아니라 웬만한 춤꾼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본다. 굳이 개별적인 인사를 나누지는 않아도 누가 누구인지 알 정도다. [사진 pxhere]

댄스계가 그리 넓은 세계가 아니라 웬만한 춤꾼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본다. 굳이 개별적인 인사를 나누지는 않아도 누가 누구인지 알 정도다. [사진 pxhere]

미술계에 그런 여성이 있다. 세계적인 화가 르노와르의 그림 중에 남자 품에 안겨 춤을 추는 여성이 등장한다. ‘도시의 무도회’라는 작품인데 상당히 관능적이다. 이 여인이 르느와르의 작품 외에도 로트렉, 드가, 샤반 등 쟁쟁한 프랑스 대표 화가들의 작품에 등장한다는 사실이 흥미 있다. 같은 모델이지만 그리는 화가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삶에 지친 그녀의 표정을 주로 그린 로트렉을 제외하고는 다른 화가들은 그녀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미모가 한 몫 한 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이 기구한 운명의 여인은 가난한 세탁부의 딸로 태어나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사랑을 찾아 살던 여인이었다. 15살 때 서커스를 하다가 떨어져 다리를 다친 후 몽마르뜨의 샤반이라는 화가 집에서 청소부를 하다가 샤반의 모델로 발탁된다. 샤반은 그녀를 모델로 여러 그림을 그렸다.

당시 모델이라면 누드 모델은 물론 육체적인 요구까지도 당연시 되었던 시절이라 애인으로도 불렸던 모양이다. 모델을 하던 그녀가 어깨 넘어 배운 그림을 샤반에게 보였을 때 그가 크게 비웃는 바람에 그 집을 나와 버린다. 그때부터 몽마르트 화가들을 두루 섭렵하게 되는 풍운의 여인이 된 것이다. 그녀가 다음에 만난 남자가 르노와르였는데 ‘도시의 무도회’등 그녀가 춤추는 장면이 몇 작품 나온다. 그림의 드레스로 볼 때 꽤나 화려해 보인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을 여러 댄스복을 보면 경제적인 도움까지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단순 모델이 아니다 보니 결국 르노와르의 아내에게 쫓겨난 그녀는 세 번째 남자인 로트렉을 만난다. 어릴 때 사고로 152cm의 단신으로 성장이 멈춰 불구자인 화가 로트렉은 좋은 집안 태생으로 이미 유명한 화가였다. 로트렉도 그녀를 모델로 여러 작품을 남겼는데 로트렉은 그녀의 그림 솜씨를 알아보고 화가 드가에게 소개해준다. 이때부터 화가가 되어 결국 이들과 함께 19세기 후기인상파 화가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돋움을 한다. 드가도 그녀를 모델로 여러 작품을 남겼다.

로트렉을 사랑했던 그녀는 자살소동까지 벌이며 청혼을 했으나 로트렉이 거부하며 그녀를 떠난다. 그 후 청년 작곡가 에릭 사틴과 결혼해서 살았지만 그 행복도 역시 길지 못했다. 에릭 사틴과 헤어진 후  아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의 친구와 결혼해 아들과 셋이 사는 기묘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앙드레 위테라는 이 젊은 신랑은 바람이 나 또래 여자들과 연애를 했고 그녀는 다시 외로운 처지가 되었다. 아들이 방황할 때 그림을 가르쳐 역시 모리스 위트릴로라는 유명한 화가로 키운 것은 잘 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사랑을 찾아 온갖 수난을 겪은 일생이었다.

73세를 일기로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 피카소, 발자크 등 쟁쟁한 화가들이 찾아 왔지만 정작 그녀의 곁에는 생전에 같이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의 자유분방한 사회 분위기와 우리나라가 비교될 수는 없지만 마치 소설 같은 그녀의 기구한 운명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로트렉, 드가, 샤반 등 프랑스 대표 화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이 담겨있는 르누아르의 '도시의 무도회'. 이 그림은 프랑스 파리의 오르셰 박물관에 걸려있다. [사진 pxhere]

로트렉, 드가, 샤반 등 프랑스 대표 화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이 담겨있는 르누아르의 '도시의 무도회'. 이 그림은 프랑스 파리의 오르셰 박물관에 걸려있다. [사진 pxhere]

그 외에 춤과 그림을 연결시킨 앙리 마티스의 ‘춤’ 그림을 빼 놓을 수 없다. 세계 3대 미술관이라는 러시아 상페테르부르그 아르미타슈 미술관에 가보면 앙리 마티스의 ‘춤’이라는 대형 그림이 걸려 있다. 다섯명의 사람이 나체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그림이다. 미술 책에서 많이 보던 그림이므로 갑자기 관심과 친근감이 가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20세기 최초의 시각미술 혁명으로 평가 받는 야수파의 대표작이다. 야수파란 1898~1908년 프랑스에서 유행한 회화양식이다. 강렬한 표현을 위해 팔레트를 사용하지 않고 튜브에서 바로 짜낸 화려한 원색이 가장 아름답다며 도발적이고도 직접적인 수법으로 구사한 것이 특징이다. 야수파의 주도적 화가가 바로 앙리 마티스였다. 마티스는 전통적인 3차원 공간의 묘사를 거부하고 과감한 색채의 새로운 회화공간을 추구했다.

그가 그린 그림 중에 ‘춤’이라는 작품이 우리의 관심 대상이다. 댄스는 그림·음악 등의 예술과 연결되어 있지만 ‘춤’이란 작품은 댄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작품이다. 하필 그는 왜 춤 그림을 그렸으며 ‘춤’이라는 작품은 왜 걸작으로 꼽히는 것일까.

그는 일상적인 주제를 통해 밝은 삶의 기쁨을 표현했다는 평가다. 춤과 그림이야 말로 생명과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가 된 것이다. 이 그림은 하늘을 상징하는 푸른빛과 땅을 상징하는 녹색의 바탕에 붉은 옷을 입은 다섯 명의 무희가 서로의 손을 잡고 단순하고 원시적 형태의 원형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다. 무용수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아의 상태에 도달한 사람처럼 무표정이지만 역동적인 춤 동작이 눈에 띈다. 그들은 얼마나 춤에 몰두하고 있지는 들고 있는 발꿈치로 알 수 있다. 황홀경에 빠져 오직 춤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세부적으로 관찰해보면 왼쪽에 있는 무희가 춤이 너무 빨라 손을 놓친 옆의 무희와 다시 손을 잡아 전체를 이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이 그림의 중요 포인트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간에 단절의 아픔을 겪을 수 있다. 작가는 춤은 단절성에서 관계성을 회복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모든 인류의 사랑받는 춤으로 인간 관계성의 희열을 표현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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