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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350만명 쓴 '명함앱'…그 CEO가 노리는 5조원 시장 (feat. 리멤버)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06:01

업데이트 2021.09.10 10:42

팩플레터 139호

Today's Interview
네가 뭔 일하는지, 난 기억해 (feat. 리멤버)

명함 자주 쓰시나요? 직장인에게 명함은 자신을 알리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죠. 대학생에서 직장인이 됐을 때 부모님께 첫 명함을 드렸던 그 순간이 전 아직도 기억나네요.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 위에 적힌 몇글자만으로 상대방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신통방통한 도구이기도 하구요. 오늘은 박민제 기자가 명함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를 만났습니다. 명함앱에서 출발했지만 명함 너머 사람을 연결해주는 직장인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직장인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여러분도 함께 보시죠. 참! 한 주 전 보내드렸던 '뽑기 대신 찍기, 우리 HR이 달라졌어요'도 이번 레터와 같이 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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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레터 139호

팩플레터 139호

직장인에게 명함이란? 애증의 존재. 주고 받을 땐 편리해도 제대로 정리 안해 놓으면 연락처가 필요할 때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고통을 반복 체험해야 한다.

‘리멤버’는 이같은 직장인의 일상적 고민을 해결해 준 서비스다. 받은 명함을 일일이 입력하는 수고를 스마트폰 사진찍기로 대체했다. 99.9%의 정확도 덕분에 2014년 출시 후 누적 가입자는 350만명 이상. 이들이 지금까지 입력한 명함은 3억장에 달한다. 위로 쌓으면 높이가 33㎞(A4용지 기준).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는 명함앱에 경제 뉴스레터(리멤버 나우), 경력직 이직 서비스(리멤버 커리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리멤버 커뮤니티)를 연달아 붙이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7년간 명함으로 높이와 깊이를 쌓았다면 새로운 서비스는 너비를 넓히는 작업. 창업자인 최재호(39)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카카오가 개인간 소셜네트워크를 장악한 것처럼 우리는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를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였던 최 대표는 2013년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했다.

명함으로 쌓은 BM 

왜 명함앱으로 시작했나.
“컨설턴트 시절 미국 출장을 자주 다녔다. 그런데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 ‘링크드인’을 썼다. 자기 프로필을 등록해 놓고 연락도 하고 이직도 하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하는 게 신기했다. 당시 미국 경제활동인구의 80% 이상이 링크드인을 썼는데 이상하게 한국에선 생각만큼 잘 안됐다. 분명히 직장인에게 필요한 서비스인데. 그래서 이걸 한국적 맥락에 맞게 다른 접근으로 풀어보려 시도한 게 명함이었다.”  
한국적 맥락?
“공개된 플랫폼에 자기 이력을 올리는 건 우리 정서상 거부감을 준다. 그래서 직장인 대부분이 불편해하는 명함 관리를 해결하는 쪽으로 서비스 방향을 잡았다.  
명함을 인식하는 정확도가 높다.
“일정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일일이 사람이 입력했다. 국회의원실, 기업 영업팀, 언론사 등 찾아다니며 사과박스로 명함을 받아 대신 입력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3억개 명함 DB가 쌓이면서 타사 대비 정확도가 높아졌다. 지금은 문자인식기술(OCR)을 고도화해 약 95% 이상이 자동 입력된다.”
명함 관리앱에서 다른 기능을 많이 추가했는데, 왜?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처음부터 직장인 관련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비즈니스 포털이었다. 거기까지 가기 위한 이용자 기반을 만드는 데 명함 관리 서비스를 활용한 거다.”
139호 팩플레터

139호 팩플레터

대기업 임원·공장장도 "저 여깄어요"

비즈니스 포털은 어떤 시장을 목표로 하나.  
“기본적으로 ‘사람찾기 게임’이다. 한 명의 비즈니스맨은 여러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한 회사 총무팀 팀장을 생각해보자. 채용 관점에서 이 사람은 스카우팅 대상이고, 영업적 측면에서는 우리 회사 물건을 사줄 핵심 고객 또는 파트너다. 그리고 해당 분야에 깊이 있는 식견을 가진 전문가이기도하다. 이런 여러 면모를 파악하고 가장 잘 맞을 사람을 연결해주는 게 비즈니스 포털이다. 직장인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치를 주면서 돈을 벌 수 있다. 링크드인이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풀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채용·이직, 직장인 커뮤니티,  교육, 타깃형 광고·시장조사 등 마케팅 솔루션까지 비즈니스 포털이 다룰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시장 크기는.
“지금 국내 기준으로는 5조원, 커지면 10조원 이상일 것이라 본다. 특히 과거와 달리 국내에서도 이직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쪽에 기회가 많을 것이라 본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년차 기준으로 평균 3회 정도 이직한다. 예전보다 이직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졌다.”
채용정보 시장엔 이미 기존 강자가 많지 않나.  
“지금 국내 채용·이직 시장의 메가트랜드가 바뀌고 있다. 신입 사원을 한 번에 수천명씩 대규모로 뽑던 공채 시스템이, 이제는 필요에 따라 경력직을 수시로 뽑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미 현대차, LG그룹 같은 대기업이 정기 공채를 없앴다. 공채 시절엔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게시판형(잡보드) 서비스가 효과적이었다. 그런데 수시채용은 기업이 필요로하는 인재를 그때그때 찾아 연결해주는 매칭 서비스가 더 유리하다.”
왜 채용 트랜드가 바뀌었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다. 신입이 성장해 성과를 내기까지 회사가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다. 사람 키우는 사이 기술이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지금 현재 즉시’ 일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찾는다. IT회사가 아닌 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신입으로 뽑아서 어느 세월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겠나. 능력 갖춘 경력 개발자를 뽑는 게 효율적이다. 리멤버도 이 시장을 보고 2019년 인재 스카웃 서비스(리멤버 커리어)를 출시했다.”
다른 나라도 그런가.
“링크드인은 글로벌 7억 7400만명이 이용한다. ‘평생직장’의 원조 일본에서도 경력직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력직 스카웃 플랫폼 ‘비즈리치’ 운영사(비저널)는 지난 4월 도쿄증시에  상장했는데 현재 시가총액이 2조 3645억원이다. 비즈리치는 즉시 전력 인재를 연결해주는 하이클래스 전직 사이트다.”
 일본 경력직 스카웃 플랫폼 비즈리치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처]

일본 경력직 스카웃 플랫폼 비즈리치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처]

경력직 채용 메가 트랜드, 매칭 

리멤버 커리어는 기존 헤드헌터, 다른 스카웃 서비스와는 뭐가 다른가.
“현업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인재가 모여있다. 자기 경력을 등록한 분이 80만명이 넘는다. 직군도 재무,회계, 개발, 영업, 마케팅 등 전 영역을 포함한다. 경력이 긴 사람이 많다. 대기업 임원급만 6000명 이상이 등록했다. 과장~부장급이 전체 65%를 차지한다. 직종도 교수·의사 등 전문직, 제조업체 공장장처럼 기존 헤드헌팅 업계에는 찾기 힘든 이들까지 포괄한다.”
얼마나 이용하나.  
“서비스 출시 1년 6개월 만에 스카웃 제안 건수가 100만건을 넘겼다. 지난해 국내 이직자 수가 92만 8984명(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수다. 제안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였다는 의미다.”
한국 정서상 ‘공개 이직’은 좀 꺼리지 않나.  
“물론 이직자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문화도 아직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장치를 뒀다. 자기가 다니는 회사 인사팀은 프로필을 못 보게 차단한다. 이용자가 원하면 다른 회사도 차단 설정할 수 있다. 현재 직장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더 많은 채용 정보를 보는 데는 잡보드가 낫지 않나.  
“정보는 더 많을 수 있다. 그런데 타깃 층이 우리와 다르다. 잡보드는 신입과 경력 5년 이하의, 대체 가능성이 큰 직무의 경력직 정보가 많다. 이 시장 구직자는 여러 사이트 게시판을 돌며 채용공고를 적극 찾는 사람이다. 그런데 리멤버의 타깃 층은 그보다는 연차와 직급이 높다. 이들은 현재 일이 바쁘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일일이 찾아다닐 여유가 없다. 그래서 구인을 원하는 회사와 구직에 관심이 있는 경력자를 플랫폼이 연결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가 직장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나.
“대한민국의 인적자원 재배치가 더 효율적으로 바뀔 것이다. 기업의 구인, 개인의 구직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넥타이 매고 입장하는 익명 커뮤니티

드라마앤컴퍼니는 지난해 3월 리멤버 커뮤니티 서비스를 출시했다. 1년만에 40만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올라온 콘텐트 수는 3만개 이상이다.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는 많다. 왜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였나.  
"비즈니스 포털이라는 목표를 위해 필요해서다. 비즈니스 포털은 일할 때 필요한 정보가 모두 있어야 한다. 즉 직장인이 회사에 출근하면 항상 켜놓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용자들 간에 서로 궁금한 걸 묻고 같은 업종 사람끼리 정보 공유하고 상담도 하는 그런 서비스가 필요했다. 이를테면 ‘직장인 지식인’ 같은 것."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물론 ‘해우소’ 역할을 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는 조금 결이 다르다. 사용자는 명함 입력하면서 우리 서비스를 쓰기 시작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막 대하기 어렵다. 더 따뜻하고 서로를 존중한다. 익명이지만, 마치 넥타이 메고 있는 느낌이랄까. 대부분 존댓말을 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 커뮤니티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이 어떤 행사를? 예를 들자면.
"올해 초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이승건 창업자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글을 리멤버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 회사가 전 직군에 걸쳐 채용 중인데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든 질문해달라는 취지였다. 댓글 170개가 달렸다. 근무조건에서부터 사업계획까지 가감없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겠다.
“그게 우리의 강점이다. 특히 명함은 이용자의 나이, 성별 정도만 아는 다른 플랫폼과 우리를 구분 짓는 핵심 경쟁력이다. 우리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안다.”
139호 팩플레터

139호 팩플레터

비즈니스 포털 전쟁

어떤 차이를 보여줄 수 있나.  
“최근에 시장조사를 대신 해주는 ‘서베이’ 서비스를 런칭했다. 한 제조업체가 서울 소재 기업의 상무 이상 부사장 이하 400명에게 설문조사를 받아 달라고 했는데, 9일 만에 다 완료했다. 모 협회에서 인사팀 중 과장급 이상 100명을 받아달라 했는데, 그것도 딱 5일 걸렸다. 기존 설문조사 업체가 조사원 구하고,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하던 걸 우린 단기간에 온라인으로 신뢰도있게 뽑아 낼 수 있다. 타깃형 광고도 가능하다. 의자를 팔려는 제조업체가 광고를 의뢰한다면 총무팀 직원들에게 타깃형 광고를 하는 식이다.”

드라마앤컴퍼니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400억원. 네이버(지분 40.62%)와 네이버 관계사 라인 플러스(40.59%)가 2017년 투자해 총 81.2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는 최 대표 등이 보유하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 업계에선 사모펀드 아크앤파트너스가 신주 발행 방식으로 리멤버에 1000억원 안팎의 투자를 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즈니스 포털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 위 인터뷰는 9월 9일 팩플레터 구독자들에게 이메일로 먼저 발송되었습니다. 잘나가는 기업들에 대한 이슈 해설, IT 리더들의 인터뷰와 칼럼을 이메일로 받아보시려면 팩플레터를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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