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민연금 악덕업자냐” 정치공방 번진 ‘공짜 일산대교’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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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최종환 파주시장이 3일 김포시 걸포동 소재 일산대교 톨게이트 현장에서 '일산대교 무료화 선언 합동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최종환 파주시장이 3일 김포시 걸포동 소재 일산대교 톨게이트 현장에서 '일산대교 무료화 선언 합동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일산대교의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익처분’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자본 투자시설 사업자의 운영권을 지자체장이 회수하는 결정이 민자사업의 논리를 무시했다는 비판과 시민의 교통기본권을 위한 결정이라는 지지 여론 등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일산대교㈜의 단독주주라는 점에서 지자체의 공익처분으로 자칫 국민 노후자금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일산대교에 대한 공익처분을 발표했다. 공익처분은 민간투자법 제47조에 따라 사회기반시설의 효율적 운영 등을 위해 지자체가 민자 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을 취소한 뒤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경기도가 일산대교 민간투자사업의 대상사업 지정 및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한 뒤 일산대교㈜에 보상하게 된다.

이 지사는 “2014년부터 사업 재구조화, 감독명령, 자금 재조달 등 행정적 노력을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며 “경기 도민의 교통기본권 회복과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공익처분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반대론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민간이 투자한 대가로 확보한 운영·관리권을 회수하고 이용객의 통행료를 주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자체의 공익처분으로 인한 보상금이 일산대교㈜의 기대이익보다 적으면 국민연금공단의 손해이자 국민 노후자금의 훼손이 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 “불합리한 운영으로 국민이 피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회의실에서 열린 '일산대교 통행료 개선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김포·고양·파주 국회의원들과 통행료 개선책에 대한 논의를 했다. 사진은 일산대교 전경.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회의실에서 열린 '일산대교 통행료 개선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김포·고양·파주 국회의원들과 통행료 개선책에 대한 논의를 했다. 사진은 일산대교 전경.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 지사는 국민연금공단이 불합리하게 운영해 국민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대다수 경기도민이 통행료 조정에 공감하고 있어 공익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국민연금공단은 일산대교㈜의 출자지분 100%를 인수한 뒤 통행료를 2회 인상했고 선순위 차입금은 8%, 후순위 차입금은 최대 20%를 적용해 이자를 받고 있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그 피해를 국민이 감당하고 있는 구조”라고 적었다.

이 지사는 “국민연금공단이 2009년 일산대교㈜를 2500억 원에 인수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총 22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며 “통행료와 최소운영수입보장으로 받은 투자회수금은 이미 건설비를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일산대교를 인수할 당시 금액 가까운 수익을 올렸고 경기도가 정당한 보상을 할 것이므로 국민 노후자금이 훼손될 일은 없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이 지사는 비판 여론이 일자 “해 먹어도 적당히 해 먹었어야지 악덕 사채업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치권 “국민을 조삼모사의 원숭이로 만들어”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수레를 끄는 소를 잡아먹자는 ‘신공’ 수준의 메타 포퓰리즘을 선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민의 표를 구걸하기 위해 국민 모두의 미래를 위한 국민연금의 손해와 맞바꾼 것”이라며 “국민을 졸지에 조삼모사의 원숭이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생색은 자기가 내고 비용은 국민 모두가 지불한다”고 지적했다.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라면서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지난 2월 여론조사 결과 경기도민 90%가 일산대교 통행료 조정·무료화에 공감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한강 다리 중 유일한 유료도로인 일산대교(길이 1.84㎞)의 통행료는 현재 소형차 기준 1200원(㎞당 652원)이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km당 109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km당 189원) 등 주요 민자 도로보다 3~5배 비싸다. 일부 고양시민들이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온 이유다.

한강 유일 유료교량 일산대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강 유일 유료교량 일산대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학계에서는 불확실성을 감수한 사업자의 정당한 대가를 정치 논리가 뒤집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산대교가 첫 삽을 뜰 당시 사업이 수익을 낼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감수한 사업자의 정당한 수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산대교 주식회사는 8년간 손실을 감내하다가 2017년부터 수익을 냈다”며 ”이 지사는 겨우 불황터널을 지나 수익을 내려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적었다.

이 교수는 공익처분이 내려진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일산대교㈜ 측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운영권 회수를 선언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경기도가 기존 사업시행자의 손실을 정당하게 보상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공단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공익처분에 따른 보상비용을 20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대다수 경기도민이 찬성했다는 경기도 측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이해관계 당사자가 있는 계약에 여론으로 개입해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건 위험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전 국민의 노후자산인 기금의 운용수익을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수탁자의 지위이기 때문에 기금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을 내리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 만약 경기도가 기대수익률보다 낮은 손실보상금을 제시하면 거부할 수밖에 없어서 소송전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공항철도는 어땠나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 시행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방만 경영' 논란이 불거진 프랑스계 운영사를 교체하고, 직영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 시행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방만 경영' 논란이 불거진 프랑스계 운영사를 교체하고, 직영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민자로 운영한 사업을 정부가 사들인 전례는 있다. 2009년 코레일은 공항철도의 지분 88%를 민간건설업체로부터 1조2405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최소운영보장수입(MRG) 부담 때문이었다. 공항철도 개통 당시 이용자가 적어 정부는 운임수입 보조금으로만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재정부담보다 지분 인수가 효과적이라는 게 당시 정부의 판단이다. 이후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가 흑자 전환하자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2015년 다시 민간에 지분을 매각했다.

앞서 서울시는 민자사업인 우면산터널과 지하철 9호선을 재구조화하면서 지자체의 지분 매입이 아닌 MRG 폐지에 초점을 맞췄다. 우면산터널은 SH공사와 재향군인회가 흥국생명 등에 지분을 매각했고, MRG 대신 통행료 수입 관리 방식을 바꿔 통행료를 동결했다. 지하철 9호선 역시 한화자산운용 등 민간 투자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맥쿼리로부터 지분을 사들였고 서울시는 MRG 조항을 폐지하는 식으로 사업 재구조화를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인천공항철도처럼 정부기관의 출자 비중이 높아진 사례는 흔치 않고, 일부 민자사업 재구조화 경우도 정부 출자보다는 운영 수익 보장 변경에 맞춰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자사업 관련 법에는 민간사업을 정부나 지자체가 인수하는 것과 관련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경제성과 효율성 등에 대한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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