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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종로가 버림받았다...민주당 "대선보다 어려운 승부 될 것"

중앙일보

입력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광주에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광주에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더불어민주당에선 의원직 사퇴를 결단한 이낙연 전 대표와 만류하려는 송영길 지도부 사이의 밀고 당김이 계속됐다. 이 전 대표는 의원실의 짐을 빼고 보좌진 면직 절차에 돌입했지만 지도부는 쉽게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전직 대표의 의원직 사퇴 자체가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그의 지역구가 서울 종로라는 점이 부담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대선이 치러지는 2022년 3월 9일 '정치1번지' 종로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동시에 열린다. 정치권에선 이미 근거 없는 하마평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민주당에선 21대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저울질하다 포기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의힘에서 원내 진입이 필요한 이준석 대표가 거론된다. 민주당에선 지난 8일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영입해야 한다는 섣부른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87년 이후 세 번째 버려진 종로…“자존심 흔들” 

종로 재·보선이 가시화되자 정치권에선 “대선과 차기 대선 주자들의 경합이 동시에 펼쳐지는 셈”(민주당 초선 의원)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미 윤보선 전 대통령(3·4·5대 국회)과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15대 국회)이 종로 국회의원을 교두보 삼아 대통령에 당선됐고 현재 각 당 대선 경선에 도전 사람 중에도 이 전 대표를 포함해 3명(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종로 의원 출신이다.

그러나 대선 주자 배출의 뒤끝은 늘 개운치 않았다. 15대 국회 시절인 1998년 7월 이명박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비운 자리를 노무현 전 의원이 채웠지만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종로를 떠나 부산행을 택했다.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명박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 플래카드가 보이는 도로에서 출근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결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승리. 당시 이종찬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3등에 머물렀다. 두 전직 대통령의 첫 대결이었다. 중앙포토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명박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 플래카드가 보이는 도로에서 출근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결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승리. 당시 이종찬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3등에 머물렀다. 두 전직 대통령의 첫 대결이었다. 중앙포토

2002년 8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박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18대 총선 때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의 도전을 받아 신승(3.67%포인트)했지만 19대 총선에서 불출마했다. 종로 선거를 경험한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종로 유권자들은 ‘정치1번지’ 주민이라는 자부심도 크지만 거물들의 정거장이 되면서 지역 발전이 오히려 정체됐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관계자들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낙연 전 대표의 사무실 짐 정리를 위해 상자더미를 가지고 의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관계자들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낙연 전 대표의 사무실 짐 정리를 위해 상자더미를 가지고 의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당선 1년5개월만이 발생한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가 적잖은 역풍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서울의 한 다선 의원은 “갑작스러운 의원직 사퇴에 지역구민들이 다시 민주당 후보를 찍을지 의문”이라며 “종로는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가 많아 민주당에겐 대선보다 더 어려운 승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커진 재보선 판…풍향계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퇴 의사를 밝힌 서울 서초갑에 이어 종로까지 공백이 생기면서 재보선 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대 5~6곳의 재보선이 대선과 함께 열맀다. 정정순 전 의원(청주 상당)이 이미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를 비웠고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 6월 2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300만원)을 받은 이규민 의원(경기 안성)이나,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상직 무소속 의원(전북 전주을·구속)도 내년 1월31일 안에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해당 지역구에서도 재보선이 열릴 수 있다.

전망은 갈린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대선을 앞두고 변수가 많을수록 정권교체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론가는 “재보선 지역구 다수가 여당 쪽이 많아 조직력은 우위에 있다. 국지전 형태의 재보선에선 야당이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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