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맞고 소장 썩었다고? 전문가는 혈전 위치 의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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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8월 26일 서울 관악구 사당동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을 마치고 이상반응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뉴스1

화이자ㆍ모더나 등 mRNA 백신 1차 접종 이후 소장이 괴사하는 사례가 연이어 알려지면서 백신과의 연관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혈관이 막혀 소장이 괴사한 사례인데 혈액 응고나 혈전(피떡) 발생은 mRNA 백신이 아닌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아스트라제네카ㆍ얀센)과 관련한 이상반응이라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2가지 사례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에게 백신과의 연관성에 관해 물었다.

화이자 접종 후 복통 호소…소장 괴사

우선 소장 절제 수술을 받은 이후 다량 출혈이 발생해 사망한 초등학교 교사 A(24)씨의 사례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7월 28일 순천의 한 동네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레이노병(손 끝쪽 혈관 연축)과 기무라병(귀 주위 염증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평소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아 건강했고, 일상생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유족은 밝혔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일주일 후부터 소화불량, 복통을 호소했고, 종합병원에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TTS) 진단을 받았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소장 절제 수술을 받았으나 지난 3일 광주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8일에는 부산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소장이 괴사해 절제했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소장이 괴사한 50대 남성의 아내라고 밝힌 글쓴이는 남편 B씨와 함께 지난 1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고 했다. B씨는 평소 복막투석과 당뇨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며 접종 다음 날부터 복통을 호소하며 구토, 설사를 시작했고, 3일에는 혈변을 보고 기절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원인불명의 장염 진단을 받았지만, 증상이 심해지자 복부 CT를 찍었고 소장 괴사가 확인돼 대학병원에 이송돼 소장을 잘라냈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두 사례가 예방접종피해조사반에 심의 접수되면 백신과의 인과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직 세계적으로 mRNA 백신이 혈전을 일으킨다는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어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청와대 청원 내용을 토대로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 등의 데이터를 분석 중이지만, 유사한 사례가 없는 상황"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경우 혈전과 인과성이 확인됐지만 mRNA 백신은 그렇지가 않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혈전 발생한 위치 살펴봐야"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사망 사례 등은 접종과 인과관계 확인 필요)]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혈전이 발생한 위치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도 “자세한 병리 소견이 나와야 알겠지만, 동맥에 혈전이 생겼을 경우라면 백신 부작용일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최익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도 “동맥에 혈전이 생길 때 주로 소장 괴사가 발생하는데 현재까지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한 혈전 발생은 정맥에서 발생하고 있어 간극이 있다”라고고 답했다.

하지만 백신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장이 괴사된다고 하면 보통 동맥이 막혀서 허혈성 괴사라고 생각하는데 드물지만 정맥이 막혀서 혈액이 배출 안 돼 소장이 썩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환자들이 대부분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면역 시스템이 혼란이 있는 상태에서 백신이 들어와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