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값·가계빚 ‘위험수위’…금리카드 또 꺼낸 한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이주열

이주열

한국은행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다시 보냈다.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리면서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는 등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금융불균형 심화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는 이 같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방향성이 뚜렷이 담겼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통화 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보고서의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보다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근거는 여럿이다. 우선 한은은 가계 빚 급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급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이 당분간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융감독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도 불구,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8월에도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6조원 이상 늘었다. 한은이 지난 8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63조2000억원)이 한 달 사이 5조9000억원 불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대상국인 43개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나치게 빠른 증가속도다. 올해 1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다. 지난 2008년 3분기 이후 증가 속도로는 가장 빠르다.

주요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계 부채 증가를 이끄는 주택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18.5%(KB국민은행 기준)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이 9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간 아파트값이 일주일 전보다 0.40% 올라 8주 연속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대출로 조달한 자금이 가계의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 및 자산가격 상승 기대와 결합하면서 자산시장으로 유입됨에 따라 금융 불균형 누적이 지속하고 있다”며 “최근 주택시장 상황과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가계의 대출수요가 크게 둔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의 또 다른 전제조건인 물가 상승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한은의 예상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 압력이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경기 회복세가 지속하면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1%로 올렸다.

주택담보대출 유형별 증가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택담보대출 유형별 증가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택할 선택지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좁혀진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올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 인상을 했을 때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 효과는 있다”며 “이 효과가 나타내기 위해서는 거시 건전성 정책과 주택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충격 우려를 의식한 듯, 보고서에는 금리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도 담겼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이 1차 연도에 각각 0.4%포인트와 0.25%포인트 둔화한다고 분석한다. 반면 GDP 성장률은 약 0.1%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봤다. 한은은 또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1년 뒤 성장률이 대내외 충격으로 인해 마이너스를 기록할 확률이 10.1%에서 8.5%로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