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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배터리로 전기차 가격 잡는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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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5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탄소저감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개최한 ‘고투제로’ 전시회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표현한 모형이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탄소저감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개최한 ‘고투제로’ 전시회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표현한 모형이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술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원가도 낮추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의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이하 레드우드)다. 이미 글로벌 전기차 1위인 테슬라와 손잡고 니켈·리튬·코발트와 같은 원재료를 회수하고 있다. 7억 달러(약 82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이미 받았다. 레드우드의 투자자 목록에는 아마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JB 스트로벨 최고경영자(CEO)는 “확보한 자금으로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고 북미와 유럽 등지에 신규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로벨 CEO는 테슬라 창업 멤버이기도 하다.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면서 2017년 레드우드를 창업했고, 2019년 테슬라에서 나와 레드우드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폐배터리 재활용에 적극적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공개한 연간 전략보고서 ‘2020 테슬라 임팩트 리포트’에서 “자체 리사이클링 기술로 폐배터리 소재의 92%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네바다주 기가팩토리에 자체 배터리 셀 재활용 설비 1단계 설치를 완료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릭은 “테슬라가 최대 원자재 생산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폴크스바겐도 배터리의 원자재 회수율을 현재 60%에서 95%로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올 초 독일에 배터리 재활용 관련 시험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헤르베르트 디스 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IAA모빌리티 2021에서 배터리 팩을 가정용 전력센터 및 급속충전기 등 새로운 용도로 재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아가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 프로젝트를 첫 적용하는 EV6. [사진 기아]

기아가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 프로젝트를 첫 적용하는 EV6. [사진 기아]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연구를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기아의 EV6에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첫 적용 한다. 기아와 SK이노는 앞서 1년간 실증 작업을 거쳤다. 기아는 폐배터리를 셀 단위로 분해하고, SK이노가 리튬·니켈·코발트 등 양극재용 금속자원을 회수해 전기차 배터리에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김철중 SK이노 전략본부장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발생 및 국토의 환경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는 폐배터리의 리튬을 고순도의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 회사는 2025년이면 연간 30GWh(아이오닉5 롱레인지 약 41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약 3000억원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18년부터 호주 폐배터리 처리업체 인바이로스트림과 새 배터리를 생산하는 순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LG와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해 세운 얼티엄 셀즈(Ultium Cells)가 캐나다의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Li-Cycle)과 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인 성일하이텍 등 국내 업체들과 협력 중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는 30~40% 정도다. 그중 국내 배터리 업체 주력 제품인 리튬이온 계열의 경우 리튬·니켈·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이 배터리 가격의 약 60%를 차지한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폭등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8일 기준 지난해 평균 가격 대비 243%, 니켈은 43%, 코발트는 60% 가까이 올랐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자동차나 배터리 제조업체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재활용 기술을 활용한 원자재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폐배터리 활용 사업이 활성화되면 배터리 제조 단가를 낮춰 결과적으로 전기차의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24KWh급 배터리팩을 재활용하면 개당 약 900 달러(약 105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72.6KWh)의 폐배터리 하나로 약 315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4000억원 수준이었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30년에는 12조원, 2040년에는 8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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