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로 올림픽 나갈래요” 캐나다서 온 아이스댄스 짝꿍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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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임해나(왼쪽)와 취안예가 프리댄스 연기를 하고 있다. [사진 다니엘 얼]

임해나(왼쪽)와 취안예가 프리댄스 연기를 하고 있다. [사진 다니엘 얼]

아이스댄스 임해나(17)·취안예(20) 조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시상대에 섰다. 임해나·취안예 조는 지난달 22일 프랑스 쿠르슈벨에서 열린 2021~22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아이스댄스에서 총점 144.27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첫 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훈련 중인 그들을 8일 화상 인터뷰했다. 임해나는 “입상을 기대하지 않아서 갈라(특별공연) 프로그램도 준비하지 않았다. 얼떨떨했다. 현장에서 급하게 만들어 한 시간만 연습하고 연기했다”며 웃었다. 캐나다 토론토 출생인 임해나는 이중국적(한국·캐나다)을 가지고 있다.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태어난 취안예는 어릴 때 몬트리올로 이주한 중국계 캐네디언이다. 임해나가 한국 국적으로 뛰길 희망해 둘은 지난 7월 영상을 통한 비대면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페어와 아이스댄스에서는 두 선수 중 한 명의 국적을 선택해 대회에 나설 수 있다. 올림픽은 국적이 같아야 출전할 수 있다.

임해나의 부모는 한국인이다. 어머니 김현숙(44)씨는 “남편이 캐나다에 온 지 20년이 넘었는데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이 강해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 이름도 영어와 한국어로 다 쓸 수 있는 해나라고 지었다. 해나가 본격적으로 피겨를 하자 남편이 한국 국적으로 대회에 나가길 권유했다”고 전했다.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딴 두 선수. [사진 다니엘 얼]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딴 두 선수. [사진 다니엘 얼]

임해나 아버지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 임자면에 있는 임자도다. 임해나는 “1년에 한두 번 한국에 가는데 임자도에서 할머니 밭일을 도와드린다”고 말했다. 취안예는 “한국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문화에 아주 익숙하다. 비빔밥과 숯불구이를 좋아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 부모님도 한국 대표로 국제무대에 서는 걸 지지하신다”고 했다.

둘은 K-pop(케이팝)을 즐겨듣는다. 이번 시즌에도 리듬댄스 배경음악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선택했다. 임해나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의 노래도 고려했다. 결국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노래를 골랐다. 앞으로 다양한 케이팝을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임해나와 취안예는 다섯 살에 피겨를 시작했다. 둘 다 싱글 선수였지만, 표현력이 뛰어나 아이스댄스로 전향했고 2019년 7월 파트너가 됐다. 아이스댄스는 말 그대로 얼음 위에서 춤을 추는 경기다. 점프하거나 여자 선수를 던지는 페어 종목과 달리 우아함과 예술성이 중요하다.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어깨높이 이상 들어 올리거나 남녀 선수가 양팔 길이 이상으로 떨어지면 감점이 된다. 남녀 선수의 조화가 중요하다.

임해나는 “딱 맞는 파트너를 만나기가 정말 어렵다. (취안)예와도 처음에 많이 싸웠다. 내가 먹는 걸 좋아하는데, 조금이라도 살찌면 예 얼굴이 굳더라. 식단조절을 하느라 고생했다”고 전했다. 취안예는 “해나가 무겁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웃었다.

두 선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피겨 사관학교인 몬트리올 아이스 아카데미에서 훈련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스 금메달리스트인 테사 버츄·스콧 모이어(이상 캐나다) 조를 키운 곳이다. 몇 년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아카데미인데, 코치들이 임해나와 취안예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금세 짝을 이뤘다.

2022~23시즌까지 주니어 대회에 나갈 예정인 두 선수의 목표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이다. 취안예는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한국 국적을 얻겠다”고 다짐했다. 임해나·취안예 조는 오는 15∼18일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열리는 주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다시 메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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