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융위, 빅테크 압박 강화 “혁신 추구해도 규제 예외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카카오페이 등 금융플랫폼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9일 “위법소지가 있음에도 자체적인 시정 노력이 없는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플랫폼이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서비스했던 펀드와 보험 등의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 여파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이틀만에 19조원가량 사라졌다. 9일 카카오는 전날보다 7.22% 하락한 1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0.06% 급락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4위 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준데 이어 이날도 삼성전자우에 밀려 시총 6위로 밀려났다. 네이버는 전날보다 2.56% 떨어진 39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에도 7.87% 하락에 이어 이틀째 주가가 떨어졌다. 이날 종가 기준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이틀 만에 18조8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9일 하루에 사라진 시총만 6조100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카카오 시가총액 현황

네이버·카카오 시가총액 현황

금융당국은 이날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비바리퍼플리카(토스), 뱅크샐러드 등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7일 금소법과 관련해 내린 유권해석에 대한 후속 보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온라인 채널은 여러 금융상품 판매 채널 중 하나”라며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기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 및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해달라”고 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17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특정인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거나 판매 건당 수수료를 받는 것은 중개행위라고 밝혔다. 이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카카오페이와 뱅크샐러드 등이 제공하는 투자 상품 추천은 금소법 적용 대상이 돼 금융상품 중개업자 등으로 등록해야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이들 기업은 송금과 결제 등 간단한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와 데이터를 모은 뒤 이를 바탕으로 대출과 투자, 보험 등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이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매출에서 금융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0.2%에서 올해 1분기 33.3%로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시장법과 보험업법 등이 개정되지 않으면 금융플랫폼 업체가 펀드나 보험 등을 중개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보험은 금융위가 플랫폼 업체도 중개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펀드 등 투자성 상품에 대해서는 법 개정 계획이 없다. 대출 외에는 사실상 금융중개 서비스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지침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맞춤형 상품 추천 등 기존 금융업과 비교해 확보한 장점을 상당 부분 포기하라는 것이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빅테크 압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주요 금융권에서는 금융환경이 빅테크와 핀테크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빅테크 기업 등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해 “동일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 카카오나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베스트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금융플랫폼 업체에 유리하게 적용됐던 규제 차익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