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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 만류에도…“의원직 사퇴” 하루 만에 짐 뺀 이낙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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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낙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낙연(사진)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결정에 당 지도부가 만류에 나섰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기자들을 만나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의 정권 재창출을 향한 충정과 결의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향후 원팀으로 대선을 치르기 위해 만류하고 있다”며 “송 대표와 윤 원내대표가 전화해 사퇴 의사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날 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이 전 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사퇴가 처리되려면 사퇴 안건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야 하고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고 대변인은 “본회의 상정 여부가 국회의장에게 달려 있고, 그 전에 당 대표와 협의하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이 사퇴 처리를 안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한 별도의 회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식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지도부가 이 전 대표의 결정을 막아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적 결단을 했는데 처리가 안 되면 이 전 대표가 보인 결기가 뭐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 오영훈 의원도 “의원들이 사퇴 의사를 존중해 줄 것으로 본다. 2차 수퍼위크(10월 3일) 전까지는 정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사퇴서와 함께 13일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자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고 대변인은 “배경과 성격이 전혀 달라 별도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직원이 이낙연 의원실에서 짐 정리를 위해 내놓은 책자와 서류 더미 등을 수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직원이 이낙연 의원실에서 짐 정리를 위해 내놓은 책자와 서류 더미 등을 수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의원실은 국회의원회관에서 9일 짐을 뺐다. 이날 오후 2시 이사업체가 의원실에서 짐이 담긴 박스 여러 개를 빼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짐은 오늘 다 빼고 지방 출장 간 직원들 짐도 곧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컴퓨터 백업, 자료 정리 등을 마치고 국회사무처에 보좌진의 면직도 처리해 달라고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엔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도 의원직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당 지도부와 이 전 대표가 말려 취소됐다.

승부수를 던진 이낙연 캠프는 8일 투표가 마감된 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와 현재 진행 중인 1차 일반 선거인단 투표의 투표율에 주목하고 있다. 첫 순회경선지 대전·충남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48.4%였는데, 대구·경북은 63.08%로 15%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10일 오후 9시 종료하는 1차 선거인단 투표는 9일 정오 기준 65.8%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높아진 투표율의 유불리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로의 쏠림을 저지하려는 친문 조직의 표가 결집했을 거란 예상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낙연 캠프 소속 한 의원은 “충청권 투표율이 낮았던 건 경선 과정에 실망한 권리당원이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했다”며 “민주당 정신에 맞게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선택해 달라는 호소에 이들이 돌아온다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충청권 개표 결과를 본 당원들의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며 “1차 수퍼위크 때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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