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의혹과 음모론..국민 분노치 높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22:25

업데이트 2021.09.09 23:40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해 2월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도ㆍ청년ㆍ정책 정당 미래통합당 합류 선언 기자회견에서 조성은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2월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도ㆍ청년ㆍ정책 정당 미래통합당 합류 선언 기자회견에서 조성은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보자A 조성은, 박지원 측근 출신

 본인 '제보자 아니다'지만 의혹증폭

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의혹이 점점 깊은 미궁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9일 마침내‘제보자A’로 불리던 의혹의 핵심인물 실명이 공개됐습니다. 1988년생 조성은 입니다. 사건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었고, 김웅 의원과 같이 n번방TF활동을 했습니다. 본인은 ‘제보자가 아니다’고 부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에선 그를 둘러싼 음모론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2. 음모론의 출발은 조성은의 정치행적입니다. 대구 출신인데 진보쪽에서 활동했습니다.
조성은이 처음 들어선 정치판은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캠프입니다. 현재 국정원장인 박지원 측근으로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 등에서 활동했습니다. 2020년 2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하기 직전엔 ‘브랜드뉴파티’라는 이름의 청년정당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미래통합당과 합치면서 ‘진보로는 좋은 나라 못만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3. 조성은의 경력에 비해 행적이 복잡한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김웅은 일찌감치‘제보자A’에 대해 ‘과거 조작경험이 많아 인연 끊었다. 제보자의 신원이 드러나면 이번 일의 경위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음모론 냄새를 풍긴 겁니다.
윤석열 역시 8일 기자회견에서 제보자에 대해‘기자 여러분들 알고 있죠.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 했는지..그런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공익제보자가 됩니까’라고 흥분했습니다.

4. 윤석열을 더 흥분하게 만든 건..검찰이 조성은을 감추려 들었다는 의심입니다. (윤석열은 조성은이‘제보자A’라 전제하고 말했습니다. )

검찰이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고..7일 뉴스버스가 보도했습니다.
바로 다음날인 8일 아침 김웅이 기자회견에서 제보자의 이름을 막 공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공익신고자가 되면 신변보호 차원에서 이름을 공개할 수 없습니다. 김웅은 ‘공익신고자라 공개하지 못한다’며 입을 닫았습니다.

5. 그런데 검찰의 ‘공익신고자’발표는 맞지 않습니다. 공익신고자 여부를 판정하는 곳은 국민권익위원회입니다.
그래서 윤석열은 8일 회견에서 ‘검찰이 요건도 맞지 않는 사람을, 언론에 제보하고 공개한 사람을 느닷없이 공익제보자 만들어주는 기관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두가지 문제, 즉 ‘검찰이 판정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점. 그리고 언론에 공개한 사항은 ‘공익신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꼭 짚었습니다.

6. 그러자 미적거리던 권익위가 입장문을 냈습니다.
‘공익신고자 판정권한은 권익위에 있다. 검찰이 아니다. 공익신고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판정할 수 없다’고. 당연히 검찰, 특히 담당인 감찰부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검사장 출신 석동현 변호사가 후배인 대검 감찰부장을 향해 ‘머리가 나쁠뿐 아니라 사악하기까지 한 돌쇠’라는 극혐을 투척할 정도로..

7. 한편 윤석열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혹제기에 대해 ‘본질을 호도하려는 꼼수’로 치부합니다.
메신저(제보자)를 공격함으로써 본질인‘고발 사주’비판을 회피하려 든다는 비판입니다. 흥분한 윤석열을 ‘적반하장’파렴치로 간주합니다.

이런 여권의 주장 역시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8. 국민의힘이 지난해 8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고발한 고발장이 4월 김웅에게 전달된 고발장 파일과 판박이란 점입니다.
그러니까 김웅에게 전달된 고발장을 실제로 국민의힘이 당차원의 고발에 사용했다는 겁니다. 이는 ‘당 차원으로 접수된 적 없다’던 이준석 대표의 말과 맞지 않습니다. 더욱이 4월 고발장이 8월 고발장으로 활용된 중간다리가 정점식 의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점식은 윤석열 캠프 핵심입니다.

9. 이렇게 의혹은 꼬리를 물며..여론을 양극화하고 진영간 적개심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의혹을 빨리 푸는 것이 국민적 분노치를 낮추는 일입니다. 그러자면 관계자들이 적극 기억을 되살려야 합니다. 김웅도, 정점식도 빨리 기억을 찾아야 합니다.
조성은도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합니다. 8일밤 내놓은‘입장문’에서 ‘저를 공익신고자로 몰아가며 각종 모욕과 허위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김웅과 윤석열에 대한 사법대응’을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제보자가 아니다’란 명시는 입장문에 없습니다.

10. 정치인 개개인의 선의를 믿고 기다릴 수만은 없겠죠. 조직과 기관이 더 적극 나서야 합니다.

우선 검찰의 감찰결과를 빨리 공개해야 합니다. 손준성 검사가 김웅에게 보낸 파일 가운데..(다른 제보자X 관련) 실명판결문은 판검사만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누가 판결문을 검색하고 인쇄했는지..금방 확인 가능한데 감감무소식입니다.
국민의힘도 고발장의 흐름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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