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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시위 막아선 경찰…"민주노총은 상전, 우린 호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부산에서 경고등을 켠채 줄지어 시위 중인 자영업자 차량. [사진 자대위 부산지부]

8일 부산에서 경고등을 켠채 줄지어 시위 중인 자영업자 차량. [사진 자대위 부산지부]

8일 부산 등 전국서 자영업자 차량시위 
지난 8일 오후 11시50분쯤 부산진구 송상현광장과 양정교차로 인근. 시위에 나선 자영업자 40여명이 몬 차가 일대를 지나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 차를 막아선 뒤 자정 이후 집회금지 사실을 알린 후 “차량에 달린 깃발과 현수막을 떼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시위에 나선 자영업자들과 경찰이 실랑이를 했다. 자영업자 강모씨는 “자정이 임박하자 경찰이 시위 차량을 막아선 뒤 현수막을 떼고 귀가하도록 했다”며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차를 몰고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경찰이 시위용 깃발이나 현수막 철거에 나서자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 집회에 지나치게 엄격한 법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그동안 민주노총 등의 집회에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더니 자영업자들에게는 강경대응을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영업자 "집합금지 철회하라" 
부산 자영업자 40여명은 이날 오후 11시쯤 차를 몰고 부산 시민공원 주차장을 출발해 부산시청으로 향했다. 차량에는 ‘이제는 거리 두기 보이콧(BOYCOTT), 위드(WITH) 코로나’ , ‘집합금지 즉각 철회하라’ 같은 내용이 담긴 깃발과 현수막을 걸었다.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자대위) 부산지부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시위 차량이 조금 늘긴 했으나 애초 계획한 200대에는 못 미쳤다”고 말했다.

경찰 "깃발·현수막 떼라"요구 
자영업자 안모(43)씨는 “법을 지키면서 시위했는데 경찰이 중간중간 차량흐름을 끊고, 자정이 지나면 불법시위로 처벌받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 때문에 차량 정체가 생기면서 택시 기사들이 곳곳에서 욕을 하는 등 불판을 쏟아냈다”며 “경찰이 민주노총 등은 상전처럼 대하고, 자영업자만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8일 시위를 위해 부산 시민공원에 집결한 자영업자 시위차량. [사진 자대위 부산지부]

8일 시위를 위해 부산 시민공원에 집결한 자영업자 시위차량. [사진 자대위 부산지부]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이날 시위 차량이 서면 일대 도로 신호에 막히고, 서행을 하자 경찰이 빨리 가라고 독촉을 했다. “자정이 지나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경고방송도 했다.

부산경찰 관계자는 “당시 시위 상황으로는 자정까지 부산시청까지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집행부뿐만 아니라 시위 참가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방송을 했다”며 “불법행위를 우려해 엄정히 대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차량 1000대가량을 동원해 시위에 나선 서울 자영업자들도 “규제 일변도의 방역수칙을 당장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서울 시위 참가자들은 강변북로에서 한남대교를 지날 때 시속 20~30㎞로 서행하며 항의했고, 자영업자가 보내는 ‘SOS 신호’라며 일제히 경적을 울리곤 했다. 경찰은 채증자료를 분석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처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비정규직지회 불법 집회. 독자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비정규직지회 불법 집회. 독자제공

"민노총 집회는 손놓고 자영업자엔 가혹" 
이날 대전·울산시·광주광역시 등에서도 자영업자들이 차량 시위를 했다. 김순기 자대위 대전지부장은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는 사실상 손 놓고 있으면서 자영업자 집회에는 가혹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며 "먹고 살기 어려워할 수 없이 거리로 나온 것인데 경찰이 너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마포경찰서는 지난 7월 서울 도심차량 시위를 주최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를 받는 김기홍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8일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집합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7월 14~15일 여의도공원과 혜화역,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서 야간 차량 시위를 진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은 “민주노총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여러 차례 서울 도심 등에서 집회를 연 것을 놓고는 경찰이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노동절 대회’에 이어 6월 ‘택배 상경 투쟁’ 등을 했다. 7월 3일에는 조합원 8000여 명이 서울 종로 거리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개월 만에 최다(800여 명)를 기록할 때였다. 민주노총은 7월 23일과 30일에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 공단 앞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8일 밤 서울 양화대교 북단에서 경찰이 시위 참가 차량을 검문검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밤 서울 양화대교 북단에서 경찰이 시위 참가 차량을 검문검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경찰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 8월 23일부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점거 농성하고 1000명 이상 모여 세 차례 불법 집회를 열 때도 강제 해산 등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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