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300만원 내면 끝? 3번 걸린 유흥업소 '배짱영업'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17:32

지난 7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초구의 한 유흥주점에 경찰 40여 명이 들이닥쳤다. 안에서 술을 마시던 남녀 여러 명이 얼굴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왔다. 지하주차장과 비상구에 숨어 있던 업주와 종업원까지 총 5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날 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서 불법 영업 중인 유흥업소들을 단속해 9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7일 적발된 서울 서초구의 유흥업소. 서초경찰서

7일 적발된 서울 서초구의 유흥업소. 서초경찰서

올 들어 세 번째 적발…‘배짱영업’ 이유는

이날 경찰에 덜미를 잡힌 서초구 유흥업소는 술집에서 500여m 떨어진 주차장에서 예약 손님을 실어나르는 식으로 영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주인 50대 신모씨는 단속을 피하고자 지하 1~4층에 탈출용 비상통로를 확보해두기도 했다. 서초경찰서는 해당 업소가 이런 방식으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손님과 종업원의 동선을 파악한 뒤 단속에 나섰다.

 비슷한 시각, 강남구의 한 유흥업소에서도 단속이 벌어졌다. 이 업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A씨가 지난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고도 업소에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확진자 동선을 파악한 구청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업주 등 19명이 검거됐다.

같은 날 적발된 두 업소는 이번이 올해 들어 세 번째 적발이라는 점까지 똑같았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따라 유흥업소 영업이 금지됐는데도 ‘배짱영업’을 해온 셈이다. 이들이 경찰 단속을 비웃으며 영업을 강행하는 건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처벌이 벌금 300만원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무실한 벌금 300만원…“처벌 강화해야”  

7일 적발된 서울 강남구의 유흥업소. 수서경찰서

7일 적발된 서울 강남구의 유흥업소. 수서경찰서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9~20일 이틀간 서울 전역에 43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유흥업소를 단속한 결과 업소 53곳에서 359명이 적발됐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례(296명)가 가장 많았고, 식품위생법 위반(43명),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20명)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단속을 사전에 예고했음에도 악성 업소들이 불법 영업을 했다”고 밝혔다.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불법 영업 사례 중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법에 명시된 벌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업소에 대해서는 구청이 별도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세 번째 적발된 업소도) 구청이 경찰에 형사고발을 하는 게 할 수 있는 조치의 전부”라고 했다.

이에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반복 적발된 업소는 가중처벌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상 특정 단체 등이 조직적으로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입원·격리 등의 조치를 위반해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경우에만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위 행위로 법을 어겼을 때 각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징역 1년 5개월 이하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법안 개정과 더불어 수사기관·지자체 등의 전방위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업주 입장에서는 벌금을 내더라도 불법 영업으로 거두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처벌의 구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찰의 단속과 소관 구청의 적극적인 개입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벌금의 액수를 높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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