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이해하고파" 아들 따라 프로게이머 된 58세 싱글맘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15:38

업데이트 2021.09.09 15:53

앤 벤지는 벤지피쉬의 엄마 사이트를 운영하며 프로게이머 지망생들과 그 부모들에게 조언을 한다. 사진 앤 벤지 인스타그램 캡처

앤 벤지는 벤지피쉬의 엄마 사이트를 운영하며 프로게이머 지망생들과 그 부모들에게 조언을 한다. 사진 앤 벤지 인스타그램 캡처

프로게이머 아들의 매니저에서 진짜 프로게이머가 된 엄마. 게임 포트나이트의 세계 최고 프로선수인 벤지피쉬(17)의 엄마 앤 피쉬(58)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은 ‘마마벤지피쉬’(mamabenjyfishy). 계정 정보는 ‘NRG(미국의 e스포츠팀) 소속 포트나이트 선수 벤지피쉬의 자랑스러운 엄마’다. 늦둥이 아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최근 두바이의 e스포츠팀 갤럭시 레이서와 계약을 맺고 월급 받는 프로선수가 됐다.

두 아들 둔 싱글맘…매니저, 홈스쿨링까지 

“제가 포트나이트를 하는 것도, 온라인 스트리밍을 하는 것도 신기한데 프로라니요. 상상조차 못했죠. 신기하네요.” 앤은 9일 BBC에 이렇게 말했다. 그저 아들의 ‘일’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게임을 시작한 그는 세계 최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에서 43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도 16만5000명에 달한다. 그가 지난 2월 포트나이트를 시작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아들 벤지피쉬(왼쪽)와 함께 한 앤 피쉬. 사진 앤 피쉬 인스타그램 캡처

아들 벤지피쉬(왼쪽)와 함께 한 앤 피쉬. 사진 앤 피쉬 인스타그램 캡처

폴 로이 갤럭시 레이서 대표이사(CEO)는 “앤은 최근 토너먼트에서 실력을 입증했고, 지난 몇 년간 벤지의 매니저로서 경력을 쌓으면서 e스포츠와 게임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며 “갤럭시 레이서의 콘텐트 크리에이터 팀의 새로운 가족으로 앤을 맞이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앤은 두 아들을 둔 싱글맘이다. 벤지가 8개월 때 남편은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차를 타고 갈 수 없는, 걸어서 다리를 건너야만 갈 수 있는 강 위의 섬에 있는 집에서 홀로 두 아들을 키웠다. 벤지는 “돈을 벌면 평생 세 들어 살던 엄마에게 멋진 우리 집을 사주고 싶다”며 엄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

“세계 최고 게이머 아들과 월드컵 진출 꿈”

앤이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오로지 벤지 때문이었다. 15년 전 큰아들이 즐기던 게임기 닌텐도64는 만져보지도 않았던 그였다. 선천병으로 다리가 불편한 벤지는 어릴 때 7살 많은 형을 따라 시작한 게임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앤은 벤지가 14살이던 2018년 프로선수로 전향하자 홈스쿨링을 하면서 벤지를 뒷바라지했다. 2019년 뉴욕에서 열린 포트나이트 월드컵에 진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벤지는 ‘세계 10대 선수’로도 꼽힌다. 유튜브 구독자 1167만명, 트위치 360만명, 인스타그램 240만명 등을 보유한 스타 게이머다.

게임 중계하는 앤 피쉬. 사진 앤 피쉬 트위치 캡처

게임 중계하는 앤 피쉬. 사진 앤 피쉬 트위치 캡처

앤은 아들이 하는 ‘일’을 더 잘 알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른 선수 뒤에 숨어있다가 죽어 나가는 형편없는 실력이었다”는 앤도 계속 게임을 하다 보니 대회에 나갈 정도로 실력이 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구독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그는 “내 반사 신경은 젊은 선수들만큼 좋지는 않기 때문에 더 전략적이어야 한다”면서 “다양한 대회에 출전했지만, 아직 우승해보지 못한 만큼 갈 길은 멀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유튜브 10만 구독자를 돌파한 그는 “다음 목표는 100만 구독자”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사실 그보다 앤이 가장 꿈꾸는 일은 아들 벤지와 맞대결을 펼치는 일이다. “월드컵에서 벤지와 경쟁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벤지와 저는 워낙 실력 차이가 나서 이룰 수 없는 꿈이겠지만요. 그래도 전 시도해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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