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평창' 구상 불발 가능성에도 靑 "방안 찾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14:40

북한의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불허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 결정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IOC가 회원국인 북한에 대해 취한 조치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논평할 사안은 없다”면서도 “남북 정상이 합의한 바와 같이 베이징올림픽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남북한 스포츠 교류,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보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의 재심 요청 가능성과 관련 “어떤 절차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말하겠다”며 IOC의 결정을 번복하거나 수정하기 위한 외교적 방안도 함께 모색할 뜻을 밝혔다.

북한은 206개 IOC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도쿄올림픽 불참국이다. IOC는 지난 8일 북한의 일방적 올림픽 불참 등을 이유로 2022년까지 북한 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을 정지시켰다. IOC는 다만 “제재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며 북한의 태도에 따른 상황 변경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끝난 뒤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왼쪽부터)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끝난 뒤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왼쪽부터)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선 “북한의 베이징 올림픽 출전 여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했던 한반도 평화구상의 마무리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ㆍ중이 서로를 혈맹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이를 통한 남북 또는 다자간 접촉을 기대해왔다”며 “북한 선수단이 참가할 수 없다면 이러한 구상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 북ㆍ미 회담의 디딤돌이 됐던 ‘제2의 평창 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7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동계올림픽”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싶은 마음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2019년 6월 20일 평양 5·1 경기장의 집단 체조 공연 관람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출연진을 격려한 뒤 주석단으로 올라가고 있다. 붉은 깃발 물결 가득한 10만 관중석이 인상적이다. 신화통신

2019년 6월 20일 평양 5·1 경기장의 집단 체조 공연 관람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출연진을 격려한 뒤 주석단으로 올라가고 있다. 붉은 깃발 물결 가득한 10만 관중석이 인상적이다. 신화통신

북한이 선수단을 올림픽에 출전시킬 수 없게 된 상황에서도 여권은 여전히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정부의 고위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에 “스포츠와 정치사안은 별개”라며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 등과 관련한 서방 국가의 올림픽 보이콧 기류 속에 중국도 자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을 ‘평화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중국에게 한반도 문제는 여전한 핵심 이슈”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주변국을 방문하는 것은 코로나 종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평화의 무대로 만들어 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며 “IOC의 징계는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의 정치적 결정을 더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IOC의 이번 결정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왕이 부장은 14~15일 방한해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을 접견하는 일정은 미정 상태다.

여전히 베이징 올림픽을 ‘어게인(Again) 평창’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청와대는 9일 0시에 진행된 북한의 ‘한밤 열병식’에 대해서도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관련 열병식 실시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ㆍ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북한이 9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정권수립 73주년(9ㆍ9절)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9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정권수립 73주년(9ㆍ9절)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을 참관했지만 별도의 도발적 연설을 하지 않았고, 새로운 무기 체계 등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북한 역시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북한의 잦은 열병식과 최근 영변 원자로 재가동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북한이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에 시위를 벌이는 성격도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영변 핵시설 원자로 재가동에 대해 “4ㆍ27 선언이나 9ㆍ19 선언의 합의 내용 중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자, “(최 차관과) 맥을 같이 한다”며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이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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