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의 진심 어린 반성문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11:54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31)이 7분 동안 진심 어린 반성문을 읊었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6회말 무사 상황 두산 정수빈이 안타를 치고 있다. [뉴스1]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6회말 무사 상황 두산 정수빈이 안타를 치고 있다. [뉴스1]

정수빈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에서 2회 초 대수비로 들어와 3타수 3안타·2타점으로 활약했다. 정수빈이 멀티 안타를 친 건 지난 6월 8일 롯데전 이후 3달 만이다. 정수빈의 활약으로 두산은 7-1로 이겼다.

그런데 이날 수훈 선수 인터뷰를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정수빈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리고 인터뷰 하는 7분 동안 차분한 목소리로 올 시즌을 소회했는데 '못해서 죄송하다'는 자기 반성이었다. 그는 "야구라는 게 정말 힘들다. 좋다가도 안 좋다. 올해 유독 많이 그랬다. 프로에 와서 이런 장기 슬럼프는 처음이다. 별다른 이유 없다. 내가 못했다. 핑계대지 않겠다. 욕 먹어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정수빈은 8일 기준 타율 0.221(131타수 29안타), 1홈런, 19타점, 16득점 등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는 타율이 1할대였다. 시범경기부터 방망이가 영 맞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주루하다 내복사근이 손상돼 한 달 가까이 나오지 못했다. 5월 중순 복귀 이후에도 방망이는 시원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8월에는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하는 날이 늘었다.

정수빈이 올해 출전한 57경기 중 선발로 나온 경기는 23경기뿐이다. 출전 경기 중 40%로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그의 자리는 후배 김인태(27)에게 넘어갔다. 정수빈은 "서운한 마음은 없었다. 주전 자리는 항상 있는 게 아니다. 못해서 못 나간 걸 인정한다. 인태가 더 잘하니까 선발로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2009년 프로에 와서 13년 차인 정수빈이 이토록 슬럼프에 오래, 깊이 빠져있는 건 처음이다. 하필 올해는 거액의 자유계약(FA)을 맺은 첫해다. 정수빈은 지난겨울 6년 총액 56억원에 사인했다. 정수빈은 3할 타율은 3번만 기록했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적은 없다. 그러나 수비 달인이다. 각종 시상식에서 수비상은 그의 차지였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주루도 호평받았다. 지난 시즌까지 3루타가 65개인데 빠른 발로 이룬 기록이다.

정수빈은 엄청난 파괴력이나 뛰어난 타격력 없이 순발력과 견고한 수비로 대형 FA 계약을 끌어냈다. 프로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정수빈도 "나같은 유형의 선수도 FA 계약을 잘 맺었다. 묵묵히 열심히 하며 좋은 결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FA 계약 첫 시즌에 장기 슬럼프에 빠졌으니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다.

너무 큰 기대가 독이 됐을 수도 있다. 정수빈은 "FA 계약 후 평소대로 준비했다. 그런데 초반부터 잘 안 되니까 생각이 안 좋은 쪽으로 빠졌다.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수빈을 믿었다. 김 감독은 "정수빈이 원래 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9일 2군에 내려보내면서도 "2군에서 경기 많이 뛰면 타격감이 올라올 것이다. 다시 팀의 중심이 되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번 2군행은 정수빈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9월 타율이 0.429(14타수 6안타)로 점점 타격감을 찾고 있다. 정수빈은 "2군 내려가서 정말 연습 많이 했다. 이제야 감이 조금 온 것 같다"고 했다. 후반기 시작하고도 약 한 달이 지났다. 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많이 늦었다는 거 알고 있다. 그래도 야구는 계속 해야한다. 지금 못하는 건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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