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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무기 대신 오토바이·트랙터…北, 공식 깬 심야 열병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정권 수립 73주년(9ㆍ9절)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올해 1월에 이어 채 1년도 되기 전 세 번에 걸쳐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는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한 세 과시 성격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정권 수립 제73주년을 기념해 민간 및 안전무력열병식을 성대히 거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1면에 보도했다. 뉴스1. 노동신문.

북한이 정권 수립 제73주년을 기념해 민간 및 안전무력열병식을 성대히 거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1면에 보도했다. 뉴스1. 노동신문.

김정은 참석..연설은 리일환이 대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열병식이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되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열병식에 참석한 사진도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집권 이후 개최된 총 11차례의 열병식에 모두 참석했다.

다만 이날 열병식에선 김 위원장이 직접 연설하진 않았고, 대신 리일환 당 중앙위 비서가 연단에 섰다.

리 비서는 연설에서 "현 세계에서 국가의 면모와 위력을 좌우하는 정치체제의 공고성과 우월성에 있어서나 인민의 정치적권리와 리익을 지키는 힘에 있어서, 그 어떤 외부세계의 도전과 위협에도 끄떡없는 불패성에 있어서 우리 공화국과 견줄만 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당 창건 기념일 계기 열병식에선 김 위원장이 직접 연설했고, 지난 1월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는 김 위원장 대신 김정관 국방상이 연설했다.

이날 열병식은 9일 자정을 기해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의 대북 전문매체 NK뉴스는 8일 늦은 밤부터 9일 이른 새벽에 걸쳐 "평양 상공에서 항공기들이 비행하는 소리가 들렸다", "불꽃놀이가 보였다" 등 시간대별 상황을 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전했다.

이날 열병식은 9일 0시를 기해 시작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밝혔다. 끝난 시간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같은 날 오후 조선중앙TV는 1시간 45분 분량의 녹화중계 영상을 공개했다.

"신형 무기 공개 정황 아직 없어"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라고 명명했다. 통일부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11차례의 열병식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라는 명칭은 김정은 집권 이후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와 관련, 이번 열병식에는 대체로 정규군이 참석하는 것과 달리, 각 지방의 노농적위군(한국의 예비군 격), 각 사업소 및 단위별 종대와 사회안전무력(한국의 경찰 격) 인원이 참석한 형태다.

9일 오전 현재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보도된 사진에서는 신형 무기로 추정되는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신 오토바이와 트랙터 등 기계화종대가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날 오후 중 조선중앙TV를 통해 관련 영상이 추가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는 후속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계기 열병식은 당일 오후 7시에, 지난 1월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은 당일 오후 3시에 녹화 중계했다. 하지만 매체 사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신형 무기가 보도 영상에서 추가로 공개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이 정권 수립 제73주년을 기념해 민간 및 안전무력열병식을 성대히 거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노동신문.

북한이 정권 수립 제73주년을 기념해 민간 및 안전무력열병식을 성대히 거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노동신문.

깨진 열병식 공식…美 관심 끌기?

이번 열병식에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메시지가 없었고, 신형 무기를 공개한 정황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북한이 정부 수립 73주년에 맞춰 열병식을 개최한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보통 5주년, 10주년 등 '꺾어지는 해'인 정주년을 기해 열병식을 하곤 했다. 정주년이 아닌 9ㆍ9절에 북한이 열병식을 연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열병식 개최가 과거에는 주로 정주년 중심으로 개최됐지만 최근 들어서 보다 빈번하게 개최되는 동향이 있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내부 체제를 결속하는 동시에, 대외 메시지를 보내는 창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선을 넘나드는 북한의 조치에도 미국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열병식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북한의 영변 핵 카드가 미국의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대북정책 변화는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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