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오줌, 소금, 모래, 뼛가루…치약 없던 시절의 대용물들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11:00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33)

코로나19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여전히 유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사회, 경제, 정치, 교육, 종교 등 그 어떤 분야도 예외 없이 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그 와중에 정기검진이 아닌 응급상황이 생겨 치과에 가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설상가상일 것입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것을 평소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매일 무심코 음식물을 씹어 먹는 것, 그리고 식사 후에 입안에 남아있는 잔여 음식물을 깨끗하게 하는 구강 청결과정이 그중 하나입니다. 이는 치아와 주위 구강의 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뭘 씹어먹는 도중에 증상이 생기게 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아이고 아직 정기검진 시기는 안 되었는데 치과에 가보아야 하나’하는 걱정이 시작되고, 그 지긋지긋한 치과의 기계 소리와 날카로운 도구들이 머릿속에 어른 거립니다. 그러면서 대충하던 칫솔질을 빡빡 제법 열심히 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고요.

치과 치료는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원래 치아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다. 최대한 치아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 시작은 칫솔질이다. [사진 pxhere]

치과 치료는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원래 치아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다. 최대한 치아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 시작은 칫솔질이다. [사진 pxhere]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한 내용이지만 임플란트를 포함한 치료방법은 계속 발전 중입니다. 치과 치료는 일시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래의 치아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의 치아를 빼지 않고 유지하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치과 치료가 아니라 평소 집에서의 효과적인 구강관리법이며, 그 기본은 칫솔질입니다. 치과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구강 상태와 구강건강 유지 방법을 알려주는 기관으로 이용하고,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약 30여년 전에 ‘결혼 이야기’라는 한국영화가 있었습니다. 라디오 방송국의 PD 김태규(최민수)와 신참 성우인 최지혜(심혜진)는 주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을 합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즐겁고 달콤했던 신혼 기간은 아주 잠시였고, 사소한 일로 갈등이 쌓이면서 그들의 결혼 생활은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서로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자주 싸우게 되는데, 나중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하루에도 여러 번 하는 칫솔질할 때 치약 짜는 방법 가지고도 치열한 전투를 벌입니다. 한 사람은 치약의 끝에서부터 조금씩 짜서 사용하고, 다른 한 사람은 중간을 꾹 눌러서 짜는 것이 서로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고, 각자의 방법을 강요하면서 갈등이 깊어졌습니다.

이렇게 칫솔질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아무런 기준 없이 무심코 치약을 구매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칫솔질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주 오랫동안 연구된, 그리고 아직도 연구되고 있는 과학이 숨어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생각하면서 칫솔질을 한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구강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여러 회차에 걸쳐 칫솔질에 대해 알려드리려 하고, 이번 회차에는 치약을 소개하겠습니다.

칫솔질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도와주는 치약은 음식물 섭취 후 치아에 붙어 남아있는 플라크 등 잔사 제거를 위한 계면활성제와 치아표면 광택을 위한 세마제, 결합체, 습제, 향제, 감미제, 착색제, 방부제 등 여러 가지 성분이 혼합된 복합체입니다. 거기에 풍성한 거품으로 강한 세정력을 자랑하는 ‘합성 계면활성제(SLS)’, 치아우식증 예방에 효과적이지만 과다 복용 시 해가 될 수도 있는 ‘불소’, 치약 항균제인 ‘트리클로산’ 등이 첨가되기도 합니다. 성인의 경우 칫솔질 후 치약의 2~3%를 자신도 모르게 먹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칫솔질 후 맹물로 입안을 여러 번 헹구어 내는 것이 치약의 각종 화학성분이 인체에 흡수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치약의 성분과 사용법의 주의점에 대해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치약은 음식물 섭취 후 남아있는 플라크 등 잔사 제거를 위한 계면활성제와 치아 표면 광택을 위한 세마제 등 여러 가지 성분이 혼합된 복합체다. [사진 pxhere]

치약은 음식물 섭취 후 남아있는 플라크 등 잔사 제거를 위한 계면활성제와 치아 표면 광택을 위한 세마제 등 여러 가지 성분이 혼합된 복합체다. [사진 pxhere]

과연 치약은 언제부터 우리 인류가 사용하였을까요? 놀랍게도 기원전 5000년경에 이집트인은 치아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소 발굽을 태운 재, 계란 껍질 등을 갈아서 만든 가루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뼈나 굴 껍데기를 잘게 부수어 넣어 연마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기원전 100년경 로마인은 소변을 치약으로 사용했다고도 하는데, 심지어 일부 부자는 오줌 농도가 짙다고 소문난 포르투갈인의 소변을 수입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실제 소변 속 암모니아는 청결작용이 있기는 합니다). 유럽 중세에는 동물의 뼈 등을 태운 가루에 약초를 섞어 만든 원시적 치약이 사용되기도 했고, 이 외에 소금과 모래를 이에 문질러 닦기도 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귀한 소금보다는 모래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1850년대에 크림 형태의 치약이 개발되기 전에는 모든 치약이 가루 형태였고, 1873년이 돼서야 치약의 대량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와 같이 튜브에 담아 만들기 시작한 건 1890년대라고 합니다.

국내에 치약이 소개된 것은 상대적으로 많이 늦어 19세기 말에 일본에서 건너온 가루 치약이 처음이었지만 당시 이 가루 치약은 궁궐이나 고관대작의 집에서나 사용되는 귀한 물건이었고, 일반인은 치약과 같은 용도로 여전히 소금을 사용하는 정도였습니다. 6·25 전쟁 당시 미군에서 흘러나온 콜게이트 치약이 시장에 유통되며 일반에게 알려졌고, 1954년에는 LG의 전신인 락희화학 공업사가 국내 최초의 튜브형 치약인 ‘럭키 치약’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960년대 들어 치약은 대중화했고, 시대에 따라 유행을 달리하며 이제는 마트에서 매우 다양한 치약을 보면서 어떤 치약을 사야 할까 고민해야 하는 치약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치약 시장에는 시린 이용, 미백용, 어린이용, 임플란트용, 틀니용 등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부가기능을 강조한 다양한 치약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액상, 거품 치약 등 새로운 형태의 치약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첨가된 화학성분의 유해성 논란도 제기되면서 천연치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치약의 개발과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부터 이렇게 역사가 깊은 치약을 사용할 때에 이전보다 관심을 가지고 사용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회차에는 치약의 각 성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 및 효과적인 사용법, 내게 맞는 치약선택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 등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