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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저씨' 분노가 엔씨 뒤집어놨다, 사라진 시가총액만 5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엔씨소프트가 주가 하락을 막아보고자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으나 투자 심리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9일 오전 9시 30분 기준 엔씨소프트는 전날보다 1.96% 떨어진 60만 원에 거래 중이다. 사진은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출시한 신작 블레이드 & 소울 2 로고. 제공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주가 하락을 막아보고자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으나 투자 심리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9일 오전 9시 30분 기준 엔씨소프트는 전날보다 1.96% 떨어진 60만 원에 거래 중이다. 사진은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출시한 신작 블레이드 & 소울 2 로고. 제공 엔씨소프트

'자사주 매입 카드'도 엔씨소프트의 하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내놓은 신작 게임 '블레이드&소울(블소2)'의 흥행 실패 이후 미끄러진 주가는 60만원 선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후 증발한 시가총액만 5조원에 이른다.

9일 엔씨소프트는 전날보다 0.16% 하락한 61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주가가 60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주가가 50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1년 6개월 전인 지난해 3월 23일(57만2000원)이다.

엔씨소프트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8일부터 오는 12월까지 1899억원 규모로 자기주식 30만주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지난 7일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만으로, 보통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 주식 가치가 오르는 만큼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처방에도 엔씨소프트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달 25일 83만7000원에서 현재 60만원 초반까지 27% 급락했다. 같은 기간 18조3755억원이던 시가총액은 13조4139억원으로 5조원가량 증발했다. 25위였던 시총 순위는 31위까지 밀렸다.

주가 급락은 신작 게임 블소2의 흥행 실패 이후 본격화했다. 증권가에서는 블소2가 출시하자마자 매출 1위에 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출시 첫날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11위에 그쳤고 현재도 매출 4위에 머물러 있다. 일 매출 30억~4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던 증권가의 전망치는 현재 5억~8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2021년 9월 5일 기준). 구글플레이 화면 캡쳐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2021년 9월 5일 기준). 구글플레이 화면 캡쳐

이런 흥행 부진에는 ‘린저씨(리니지+아저씨/고액 과금 게임 유저)’의 이탈이 있다. 엔씨소프트 특유의 과금 시스템이 블소2에서도 이어지며 '린저씨'의 분노를 자극해 엔씨소프트 게임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번진 탓이다.

엔씨소프트는 다른 국내 게임회사보다 강력한 과금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최상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 ‘뽑기’에 참여하는 구조인데 돈을 쓰면 쓸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특성에 일명 ‘페이투윈(Pay to Win)’이라 불린다. 블소2에도 이러한 과금 방식이 적용되며 유저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 매출에 한 축을 담당하는 리니지2M에서 린저씨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플레이 매출 1·2위 자리를 수년간 지킨 리니지2M 순위가 최근 5위까지 내려갔다. 리니즈2M의 지난 2분기 매출은 2180억 원으로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5384억 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불거진 리니지 불매운동 등 게이머의 정서 변화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 주가 급락에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도 있지만,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하반기 출시할 후속작 ‘리니지W’의 실적을 지켜본 후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의 과금 모델과 콘텐트가 기존 게임들과 얼마나 차별화되는지가 중요하다”며 “리니지W의 초기 성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엔씨소프트의 기업 가치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략적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만큼 리니지W에서 어떻게 반영됐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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