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의 '쇼러너'를 아시나요…"작가이자 드라마 총괄 선장"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09:00

업데이트 2021.09.09 09:31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국제방송영상콘텐츠마켓이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열린다. 8일 '쇼러너가 말하는 드라마 시리즈를 만드는 법' 현장.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국제방송영상콘텐츠마켓이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열린다. 8일 '쇼러너가 말하는 드라마 시리즈를 만드는 법' 현장.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과 미국의 드라마 작가는 어떻게 다를까.

7일 서울 마포구 YTN뉴스퀘어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콘텐트마켓(BCWW 2021)에서 미국과 한국의 드라마 작가, 제작자가 한데 모여 드라마 제작에서 '작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션이 열렸다.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 '더 굿닥터'를 만든 엔터미디어픽처스 이동훈 대표,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쇼러너 허수진 작가, tvN '마인'의 백미경 작가가 함께한 자리였다. 이 대표와 허 작가는 화상으로 참여했다.

허수진 작가는 "미국 쇼러너는 캐스팅부터 제작, 크루 섭외, 예산관리 등 모든 걸 총괄해야 하는 CEO 같다"고 소개했다. 미국 드라마 시스템에서 '쇼러너'라고 부르는 드라마 '작가'는 대본 집필뿐만 아니라 예산 배정, 인력 채용 등 드라마 제작의 전 과정을 총괄한다. 허 작가는 "한쪽 측면에서는 대본을 쓴 크리에이터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예산관리와 프로듀싱을 하면서 큰 배의 선장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감독은 촬영만 하고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동훈 대표는 "공중파에서 쇼러너의 권한은 OTT에서보다 더 크다"며 "작가(쇼러너)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이 있는 건 동일하지만, 공중파는 한 시즌에 에피소드가 많게는 24회까지 있다 보니 작가는 그대로 있고, 감독들은 잠깐만 찍고 떠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드라마 작가는 대본 외 드라마 작업에 대한 권한이 적은 편이다. tvN ‘마인’의 각본을 쓰고 앞서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등은 기획단계부터 제작에 참여했던 백미경 작가(MK콘텐츠 대표)는 "한국의 작가는 16회 이상 대본을 거의 혼자 집필하다 보니, 대본 쓰는 것 외에 다른 걸 할 시간이 없어서 현장에서 대본이 마음대로 수정되거나 해도 컨트롤을 전혀 할 수 없다"며 "내가 직접 제작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콘텐트 창작의 주체가 되고 싶어서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작인 '마인'도 대본을 쓰느라 현장까지 직접 챙길 시간이 없었고, 결국 감독과 제작진에게 전권을 주고 현장 대본 수정 권한을 맡겼다고 했다. 그렇지만 "최근 시리즈들이 짧아지면서 조금은 집필에 여유가 생기는 걸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비 라이터'부터 '프로듀서 라이터'까지 

뉴욕에서 화상으로 인터뷰 중인 허수진 작가.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드라마로 옮기는 작업을 총괄하는 '쇼러너'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뉴욕에서 화상으로 인터뷰 중인 허수진 작가.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드라마로 옮기는 작업을 총괄하는 '쇼러너'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드라마는 쇼러너가 총괄하는 '라이터 룸' 체계로 대본을 쓴다. '라이터 룸'에 들어가는 것부터 경쟁이 치열하고, 선발된 작가들은 쇼러너의 지휘에 따라 대본 작업을 한다. 허 작가는 "12년 전 제가 처음 작가 일을 시작했을 땐 '베이비 라이터'부터 시작해 '스태프 라이터' '프로듀서 라이터'까지 차근차근 거쳤다"며 "'파친코' 작업을 했던 2년 전만 해도, 5명의 작가와 함께 12주 동안 체계적으로 작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허수진 작가는 "최근 OTT 시장이 커지면서, 예산은 늘었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영화 같은' 시리즈를 원하기 때문에 대본 작업 시간이 늘어났다"며 "시간이 없어서 작가가 현장에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 작가들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K 드라마, 지금은 자신있게 피칭할 수 있다"

미국 ABC 드라마 '더 굿닥터'는 2013년 KBS '굿닥터'의 미국판이다. 시즌 4까지 방송을 끝냈고, 오는 27일 시즌 5 시작을 앞두고 있다. 엔터미디어픽처스 이동훈 대표가 미국에 '굿닥터'를 소개하고 드라마화에 성공시켜, 시즌 4까지 마치고 시즌 5도 이끌고있다. 사진 ABC

미국 ABC 드라마 '더 굿닥터'는 2013년 KBS '굿닥터'의 미국판이다. 시즌 4까지 방송을 끝냈고, 오는 27일 시즌 5 시작을 앞두고 있다. 엔터미디어픽처스 이동훈 대표가 미국에 '굿닥터'를 소개하고 드라마화에 성공시켜, 시즌 4까지 마치고 시즌 5도 이끌고있다. 사진 ABC

이들은 미국 드라마 시장에서 'K 드라마'의 전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동훈 대표는 2013년 KBS ’굿닥터‘를 미국에 들고 가 ABC ’더 굿닥터‘ 시리즈로 탄생시킨 주역이다. ‘더 굿닥터’는 현재 시즌 4까지 끝났고, 오는 27일 시즌 5 방영을 앞두고 있다. 지난 시즌 내내 제작총괄을 맡았던 이 대표는 "한국 원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과연 미드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글로벌 OTT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파악이 우선"이라며 "미국적인 색, 글로벌 OTT에 맞는 색으로 만들어 줄 미국 작가를 찾아서 기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한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 미국과 한국이 연결되는 이야기 등은 수년 전만해도 피칭 때 '좀 더 힘을 들여서 만들어봐야지' 마음먹어야 했는데, 지금은 자신있게 피칭할 수 있다"고 변한 환경을 전했다. 허수진 작가도 "다양한 출신의 미국인들이 경제력이 좋아졌고, 100년 넘게 백인남성 중심의 서사를 들어왔기 때문에 관객들도 새 이야기에 목말랐던 점이 합쳐져서 최근의 다양성을 이끌었다. 유색인종, 여성 등 불편한 진실, 예전과 다른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K 드라마의 전망을 밝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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