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도 자사주 매입…저가매수 기회? 꼭 챙겨야할 기업 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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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엔씨소프트는 자사주 30만주를 1899억원에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주가를 안정시켜 주주 가치를 높이려는 조치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달 26일 신작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를 내놓은 뒤 7일까지 26.4% 하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4조8518억원가량 증발했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지난달 23일부터 8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주가는 54.7% 뛰었다. 지난달 30일 나온 500억원대 자사주 매입 방침이 주가 상승에 불을 붙였다. 지난 5월 배당 축소 발표로 주가가 급락한 뒤 이 회사는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최근 자사주 매입 결정 공시를 낸 엔씨소프트의 판교 R&D 센터. [엔씨소프트]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 신호?

하반기 들어 기업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 주가 향방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8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는 48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43건)보다 11.6% 증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조정을 받자 기업의 주가 부양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돈줄 조이기' 우려 등으로 코스피는 하반기 들어 4.2% 하락했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든다. 그만큼 주당 순이익이 높아져 주가가 오를 수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2월까지 9년간 자사주를 사들인 코스피 기업 주가는 공시 후 60거래일 뒤 평균 8.6% 상승했다. 5거래일 뒤엔 2.8%, 20거래일 뒤에는 5% 올랐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시장에 새로운 매수 주체가 나타난다는 점도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도 활용된다. 주주들에게 '주가가 실적보다 저평가됐다'는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상반기 자사주 매입한 주요 기업 주가 올랐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매입 후 소각해야 주가 상승효과 커

이런 효과 덕에 자사주 매입 공시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공시 한 달 뒤부터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강해 해당 종목을 한 달간 보유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거래대금의 10% 이상인 곳이 투자 수익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주가 상승'이란 공식이 꼭 들어맞는 건 아니어서다. 지난 상반기에 자사주를 사들인 한화솔루션과 현대모비스는 자사주 취득 기간 중 주가가 13% 넘게 하락했다. 네이버(-3.6%)도 체면을 구겼다.

자사주 매입 자체보다 매입 후 소각 여부가 주가 흐름에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은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보다 주가 상승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지만, 한국에선 그런 사례가 드물다"며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주가가 올랐을 때 기업이 다시 되팔거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가 다시 시장에 나오면 유통 물량이 증가해 주가 부양 효과는 미미할 수 있는 셈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는 자사주 취득의 일시적 효과가 아닌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 중점을 둬 의사 결정해야 한다"며 "매입 공시 후 기업의 실제 취득 현황과 재처분 여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