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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거펠트 후계자 “온라인쇼? 패션쇼 무대가 정말 그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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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금 패션계에서 킴 존스만큼 성공적인 경력을 써 내려 가는 디자이너가 또 있을까. 지난 2011년부터 7년간 루이비통 남성복의 아티스트 디렉터로 활약했던 그는 2017년 미국의 길거리 패션을 대표하는 ‘슈프림’과의 협업으로 패션계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힙합 문화를 기반으로 한 젊은 감성을 고급 패션에 이식해 고리타분한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크게 변화시킨 것이다.
2019년 디올 남성복으로 자리를 옮긴 킴 존스는 그의 특기인 ‘협업’을 통해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나이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에어 디올’ 스니커즈는 단연 그해의 히트작이었다.

루이비통을 거쳐, 현재 펜디와 디올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역임 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킴 존스를 인터뷰했다. 사진 펜디

루이비통을 거쳐, 현재 펜디와 디올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역임 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킴 존스를 인터뷰했다. 사진 펜디

펜디 2021 가을겨울 컬렉션. 킴 존스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일하는 멋진 여성을 구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펜디

펜디 2021 가을겨울 컬렉션. 킴 존스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일하는 멋진 여성을 구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펜디

지난해 9월엔 이탈리아 명품 펜디(Fendi) 여성복의 수장에 올랐다. 펜디 여성복은 지난 50여 년간 샤넬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맡았던 자리. 2019년 라거펠트 별세 후 공석이었던 물려받아 화제가 됐다. 지난 2월에는 올해 가을·겨울 기성복 컬렉션을 발표한 뒤 펜디와 디올, 로마와 파리를 오가며 벌써 내년 봄·여름 컬렉션 작업에 한창인 킴 존스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혁명보다 진화를 추구한다”

킴 존스는 "여성들이 수십년 동안 입을 수 있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옷을 만들었다"고 했다. 펜디 2021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펜디

킴 존스는 "여성들이 수십년 동안 입을 수 있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옷을 만들었다"고 했다. 펜디 2021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펜디

칼 라거펠트의 후계자로 지목된 것에 대해 킴 존스는 “디자이너로서 라거펠트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다. 펜디의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작업은 혁명보다는 진화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더 빠르게 변할수록 미덕인 시대를 살아가지만 결코 과거를 무시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펜디가 일군 과거의 유산을 미래로 잘 가져가는 일”이라고 했다.

펜디는 3세대에 걸친 펜디 가문의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져온 브랜드다. 왼쪽부터 창립자의 손녀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 킴 존스, 실비아의 딸인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 실비아는 펜디 남성복을, 델피나는 주얼리를 담당한다. 사진 펜디

펜디는 3세대에 걸친 펜디 가문의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져온 브랜드다. 왼쪽부터 창립자의 손녀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 킴 존스, 실비아의 딸인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 실비아는 펜디 남성복을, 델피나는 주얼리를 담당한다. 사진 펜디

킴 존스는 “여러 세대에 걸쳐 강인하게 역사를 이어온 펜디 가문의 여성들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사진 펜디

킴 존스는 “여러 세대에 걸쳐 강인하게 역사를 이어온 펜디 가문의 여성들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사진 펜디

주로 채도가 낮은 뉴트럴 컬러에 우아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번 펜디 2021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은 ‘일하는 멋진 여성을 위한 옷’이다. 사진 펜디

주로 채도가 낮은 뉴트럴 컬러에 우아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번 펜디 2021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은 ‘일하는 멋진 여성을 위한 옷’이다. 사진 펜디

버지니아 울프 소설 ‘올랜도’에서 영감

"책에 집착한다"고 밝힌 킴 존스는 지난 1월 펜디에서 첫 컬렉션인 2021 봄여름 오뜨꾸띄르 컬렉션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랜도'를 차용했다. 무대에 초판을 전시한 것. 사진 펜디

"책에 집착한다"고 밝힌 킴 존스는 지난 1월 펜디에서 첫 컬렉션인 2021 봄여름 오뜨꾸띄르 컬렉션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랜도'를 차용했다. 무대에 초판을 전시한 것. 사진 펜디

지질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잉글랜드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성장했던 킴 존스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패션에 섞는 것을 좋아한다. 디자이너가 되고 나서는 여행하며 경험한 문화 요소를 패션으로 풀어냈다.

디자이너 킴 존스 인터뷰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엔 여행 대신 “책에 집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패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의 서가를 “엄청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 지난 1월에 발표한 펜디 2021년 봄·여름 맞춤복에 버지니아 울프의 환상소설 ‘올랜도’를 차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존스는 쇼 무대에 자신이 갖고 있었던 올랜도의 최초 판본을 전시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이 바뀐 채 시대를 넘나든다. 이는 남성복을 주로 했던 남성 디자이너로서 여성복을 만들어야 하는 존스의 상황과도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존스는 “펜디는 1925년에 설립됐고 올랜도는 1928년에 출판됐다”며 “둘 다 10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현대적이며 지금 시대에 울림을 준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젊은 세대, 문화 더한 패션에 열광”

지난 7월 발표된 펜디 2021 가을겨울 오뜨 꾸띄르 컬렉션. 이탈리아의 전설적 영화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작품에서 영감받았다. 사진 펜디

지난 7월 발표된 펜디 2021 가을겨울 오뜨 꾸띄르 컬렉션. 이탈리아의 전설적 영화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작품에서 영감받았다. 사진 펜디

협업(콜라보레이션)은 킴 존스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중음악가부터 스트리트 패션 예술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물·브랜드와 협업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존스는 “협업은 내가 일하는 방식이면서 동시에 요즘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의 소비자들은 문화적 요소를 패션에 녹이는 것에 열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펜디에서도 예상치 못한 협업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팬더믹 시대, 패션쇼를 무대가 아닌 디지털로 진행한 지도 벌써 2년이다. 세 번에 걸친 그의 펜디 쇼도 모두 관객 없이 디지털로 공개됐다. 그는 “정말이지 무대가 그립다”며 “사람들이 실제 패션쇼 무대를 보면서 옷에 담긴 기술·품질·아름다움·예술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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