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부상에 “홍나땡”이라는데…與가 찜찜한 한 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05:00

업데이트 2021.09.09 08:48

“홍준표가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6일, 우상호 의원)
“홍준표가 본선에 오르면 땡큐”(5일, 정청래 의원)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를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요즘 홍준표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항마로 급부상해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이 1위(32.5%)에 올랐다는 알앤써치ㆍ경기신문 여론 조사(3~4일) 결과는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와 조국 전 법무장관이 각각 라디오(6일)와 페이스북(5일)에 앞다퉈 소개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엔 그래서 ‘홍나땡’(홍준표 나오면 땡큐)이란 말도 돈다. 윤 전 총장이 아닌, 홍 의원이 본선에 나와야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일각의 기류를 반영한 조어인데, 도대체 그런 주장은 왜 나오는 걸까.

與, 반색 이유 3가지…익숙ㆍ꼰대ㆍ이이제이

①2017년 대선의 기억=우선 “홍 의원은 익숙하다. 그래서 상대하기 편하다”(대선경선기획단 관계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한 차례 맞붙어봤던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 비해 공략 지점을 파악하기 용이하다는 주장이다. 당시 탄핵 정국과 다자 대결이란 변수가 있긴 했지만, 홍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17% 포인트 차로 크게 패배했던 전적도 민주당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이유로 꼽힌다.

2017년 4월 25일 중앙일보ㆍJTBCㆍ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여한 모습. JTBC 캡처

2017년 4월 25일 중앙일보ㆍJTBCㆍ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여한 모습. JTBC 캡처

홍준표 의원의 경우 자신이 걸어온 노선과 전략을 쉽게 바꾸지 않을 거란 민주당 내 전망도 있다. 한마디로 "사람 잘 안 바뀐다"는 것이다. 당내 한 대선 주자 캠프 관계자는 “홍 의원은 일관된 가치와 철학으로 살아왔다. 오랜 기간 굳혀진 특성이다. 좋게 말하면 표리부동하지 않은 것이지만, 경쟁 상대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예측하기 쉬운 인물이란 뜻”이라고 말했다.

②가부장의 귀환?=민주당에선 그간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준석 체제’ 국민의힘을 상대하기 벅차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 대표에 “장유유서가 있다”(정세균 전 국무총리)고 한마디 했다가 당 내에서도 “(민주당이) 꼰대 정당이 될까 우려스럽다”(박용진 의원)는 역풍이 불었다.

2017년 4월 7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2017년 4월 7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홍 후보는 오래전부터 ‘꼰대’라는 비판을 여권에서 받아온 인물이다. “설거지를 어떻게 내가 (하느냐).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2017년 4월), “젠더 폭력은 무슨 뜻이냐”(2017년 9월) 등의 발언이 이미 논란이 됐다. 지난 4월 무소속이었던 홍 의원이 국민의힘 복당 의사를 밝히자, 국민의힘에선 “우리 당의 평균 꼰대력이 10%포인트 상승할 것”(김재섭 당시 비상대책위원)이란 반응도 나왔다.

청년 정치인인 류호정(29) 정의당 의원은 7일 한 라디오에서 ‘홍 의원이 20대 여성에 호소력이 없나’란 질문에 “그렇긴 하다. 홍 의원의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고 있으면 정말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③尹 잡는 매?=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그림을 기대하는 민주당 내 강경파들이 꽤 있다. 정청래 의원도 최근 홍 의원을 띄우면서 “윤석열은 별 볼 일 없는 후보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이 지난 6월 복당했을 때부터 “윤석열이 지난여름에 뭘 한지 아는 사람이 홍준표”(송영길 대표), “홍준표의 입이 기대된다”(정 의원)는 말이 나왔다.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홍준표, 윤석열 후보가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홍준표, 윤석열 후보가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런 기류엔 “윤 전 총장은 반문(反文ㆍ반문재인) 정서의 구심점이다. 그런 윤 전 총장이 무너지면 반문 정서 역시 동력을 잃고, 이는 정권 교체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수도권 초선)는 의식도 깔려있다.

홍 의원은 복당 후 줄곧 “국민은 신상품을 주로 찾는데, 훑어보고 흠이 있으면 반품을 한다”라거나, “그 사람은 악재만 남아 있다” “후안무치” 등 표현으로 윤 전 총장을 겨냥하고 있다.

與 일각에선 ‘홍준표 경계’ 긴장감도…“상황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엔 '홍준표 현상'에 박수만 치기보다 오히려 경계심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의 지도부의 인사는 “홍 의원이 몰라보게 노련해지고 성숙해졌다. 지금은 희극적 캐릭터로 뜨는 거 같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내 한 다선 의원도 “홍 의원의 시원시원한 화법이 요즘 인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홍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러다 대통령 되는 것 아니냐”라고도 했다고 한다.

여당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캠프에서도 “홍 의원의 상승세를 예상 못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가파르게 치솟을 줄은 몰랐다”(수도권 초선)라는 반응이 나왔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도 “홍 의원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본선 진출 가능성을 비중 있게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캠프 조경태 선거대책위원장은 7일 라디오에서 ‘(민주당 내에) ‘홍나땡’이란 말이 있다’는 사회자 말에 “‘너나 잘해라’라는 표현이 있다”고 반박하며, “(현재는) 홍 의원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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