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텔레그램 캡처화면…'손 준성 보냄' 조작 가능성은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05:00

업데이트 2021.09.09 07:0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총장 재직 시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을 조사 중인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8일 “(인터넷 매체)뉴스버스 보도 관련 제보자의 공익신고서 등을 제출받아 관계 법령상 공익신고자로서의 요건을 충족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사건의 핵심은 뉴스버스가 의혹의 근거로 제시한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화면이다. 지난해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과 제보자 사이 대화방인 이 화면엔 김 의원이 전달한 고발장 파일 등 메시지 위에 ‘손 준성 보냄’이라고 적혀 있다. 뉴스버스와 여권에서는 이를 근거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사법연수원 동기(29기)인 김 의원에게 고발을 사주한 것이고, 고발장의 피해자가 윤 전 총장과 그의 부인 김건희(49)씨 등인 점에 비춰 윤 전 총장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3, 8일 고발장 등을 전달한 뒤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대화방을 삭제했지만, 공익신고인은 김 의원이 전달한 파일을 확인한 후에도 대화방을 유지하다 뉴스버스에 캡처화면을 제보했다는 게 뉴스버스의 보도다. 공익신고인 휴대전화에 대화방이 살아있고, 손 검사가 고발장과 증거자료 등을 김 의원에게 보낸 게 사실이라면 공익신고인이 대검 감찰부에 제출한 휴대전화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지난해 4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의 근거로 제시한 판결문 이미지 위의 '손 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보냄'이란 표시. 사진 뉴스버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지난해 4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의 근거로 제시한 판결문 이미지 위의 '손 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보냄'이란 표시. 사진 뉴스버스

다만, ‘손 준성 보냄’이라는 메시지 전달 자동 생성 문구가 조작된 것일 수 있단 의구심도 여전하다. 이 경우 공익신고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것만으로는 진실 규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손 검사의 이름이 노출되도록 했고, 그런 흔적이 대화방 삭제 등으로 사라졌다면 공익신고인에게 고발장 등을 전달한 김 의원의 휴대전화는 물론 그 이전 최초 또는 중간 전달자의 존재 여부와 그들의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실제 조작이 가능한 건지,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지 따져봤다.

① 최종 수신인 제보자의 조작은 ‘가능’

김 의원으로부터 고발장을 전달 받았다는 공익신고인이 ‘손 준성 보냄’이라는 문구를 조작하는 방법은 사실 쉽다. 김 의원이 전달한 고발장 파일 등 메시지 위에 뜨는 ‘○○○ 보냄’이라는 문구의 이름 ‘○○○’을 클릭해 프로필을 띄운 뒤 연락처 수정 기능을 통해 이름을 바꾸면 된다. 김 의원은 “해당 고발장을 전달한 대화방을 이미 삭제한 상태라 누가 보냈는지 확인할 수 없고, 기억도 안 난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이가 실제 손 검사가 아니었는데도 공익신고인이 손 검사로 오인토록 조작한 것이라면 공익신고인 휴대전화 조사만으로 의혹 해소가 가능하다.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메시지의 최초 발신자의 이름('보냄' 앞의 이름)을 임의로 '임 꺽정'으로 바꾼 뒤 캡처한 화면. 하준호 기자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메시지의 최초 발신자의 이름('보냄' 앞의 이름)을 임의로 '임 꺽정'으로 바꾼 뒤 캡처한 화면. 하준호 기자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메시지의 최초 발신자의 이름 '홍 길동'을 임의로 '임 꺽정'으로 바꾸는 모습. 하준호 기자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메시지의 최초 발신자의 이름 '홍 길동'을 임의로 '임 꺽정'으로 바꾸는 모습. 하준호 기자

② 최초 발신자의 조작은 ‘가능’

텔레그램으로 메시지 전달 기능을 사용할 때 자동으로 생성되는 ‘○○○ 보냄’의 ○○○은 최초 발신자다. 최초 발신자의 이름은 이 메시지가 여러 사람을 거쳐 전달돼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최초 발신자는 자신의 이름을 임의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초 발신인이 ‘홍길동’이라고 가정해 보자. 홍길동은 텔레그램 내 설정 탭에서 이름 수정 기능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임꺽정’이라고 바꿀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사진을 지인 A에게 보낸 뒤, A가 홍길동과 텔레그램 친구로 연결되지 않은 B에게 해당 사진을 전달했다면 홍길동이 바꾼 이름처럼 ‘임꺽정 보냄’이라고 뜬다.

다만, B가 홍길동과 텔레그램 친구로 연결된 C에게 해당 사진을 재차 전달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C가 홍길동의 연락처를 ‘홍길동선생님’이라고 저장해 놨다고 한다면, C에겐 ‘홍길동 보냄’이나 ‘임꺽정 보냄’이 아닌 ‘홍길동선생님 보냄’이라고 뜬다. 그러나 C가 이 사진을 홍길동과 텔레그램 친구로 연결되지 않은 D에게 전달했을 경우, D에겐 다시 홍길동이 설정한 가상의 이름에 따라 ‘임꺽정 보냄’이라고 뜬다. 즉, 홍길동이 설정한 가상의 이름은 전달 과정에서 계속 유지되지만 홍길동의 연락처를 저장한 사람들만 그들이 저장해놓은 이름으로 뜨는 셈이다.

이 경우 공익신고인 휴대전화 포렌식만으론 조작 여부를 밝혀내기 힘들 수 있다. 공익신고인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김웅 의원부터 거슬러 올라가 최초 발신인을 찾아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김 의원은 해당 대화방을 이미 삭제했다고 밝힌 상태다. 김 의원에게 해당 고발장을 전달한 이와의 대화방이 살아있다면 그 대화를 토대로 추적할 수 있지만, 그 대화방 역시 사라진 상태라면 진상 파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실제 손 검사는 지난 6일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중간 전달자가 여러 명이라면 최초 발신자의 실체를 아는 이의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자가 이름을 임의로 '손 준성'이라고 바꾼 뒤 지인(기자 연락처 있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지인이 제3자(기자 연락처 없음)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뜬 화면. 기자가 바꾼 가짜 이름 '손 준성'이 뜬다. 하준호 기자

기자가 이름을 임의로 '손 준성'이라고 바꾼 뒤 지인(기자 연락처 있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지인이 제3자(기자 연락처 없음)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뜬 화면. 기자가 바꾼 가짜 이름 '손 준성'이 뜬다. 하준호 기자

③ 중간 전달자의 조작은 ‘불가능’

최초 발신자가 손 검사가 아닌데도 중간 전달자가 손 검사처럼 조작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손 검사가 아닌 다른 이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은 이가 ‘○○○ 보냄’의 이름 ‘○○○’을 클릭해 프로필상 연락처를 ‘손 준성’으로 수정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이 메시지를 재차 다른 이에게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받은 이의 대화방 화면엔 최초 발신인이 설정한 이름 ‘○○○’이 유지된 채 ‘○○○ 보냄’이라고 뜬다. 중간 전달자가 임의로 이름을 수정해 메시지의 최초 발신인을 손 검사로 바꿀 수는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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