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 속여 43년 가뒀다" 北김정은 출석 명령 내린 日법원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05:00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3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회의는 2일 개최됐으며 김정은 총비서가 주재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3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회의는 2일 개최됐으며 김정은 총비서가 주재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정의의 시간이 왔다."

1950년대 북한이 벌인 북송 사업의 피해자 가와사키 에이코(79)가 지난 7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소회다. 재일교포 2세였던 가와사키는 1960년 북한으로 가 43년 동안 북한에서 살다가 2003년 탈북해 일본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일본 국적자로 다른 4명의 피해자와 함께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법원은 오는 10월 14일 열리는 '북조선 귀국사업 손해배상 청구' 첫 심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소환했다.

변호사 후쿠다 겐지는 "해외 지도자에 대한 면책 특권을 적용하지 않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재판부가 그의 소환을 결정한 것은 북한에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다. 후쿠다 변호사는 "이는 (북한이)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법적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유일한 방법"이라며 "판결문이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공식 기록이 되고, 북한에 남은 피해자들이 자유롭게 북한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 정치적 압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와사키 등 5명의 원고는 북한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엔(약 10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약속한 어떤 것도 없었다"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에이코 가와사키(79)가 지난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에이코 가와사키(79)가 지난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가와사키의 생애를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재일교포 2세였던 가와사키는 일본을 떠나기 전 북한 조총련이 운영하는 학교를 다녔다. 당시 조총련은 학생들에게 "지상 낙원인 고국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했다. 가와사키는 "많은 조선인들이 이 선전을 진심으로 믿었고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1년 안에 일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북한으로 갈 계획을 세웠는데, 가와사키는 자신이 먼저 '지상 낙원'에 가 있겠다고 부모를 설득했다. 17세였던 가와사키는 교토역에서 나가타행 특별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북한 정부가 모든 자유와 생계를 보장해줄 거라 믿었기 때문에, 고등학생 때도 혼자 가는 것이 걱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가와사키는 북한 청진항에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들은 얘기가 모두 거짓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북한이 약속한 자유와 풍요는 없었고 자신들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했다. 그는 평양에서 500㎞ 떨어진 지역의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 배정돼 감자와 옥수수로 끼니를 때웠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에는 공장에서 일했다. 영양실조와 향수병이 북송된 재일교포들을 괴롭혔다. 가와사키는 간신히 현지 소식을 일본에 전해 그의 부모는 북한행 기차에 몸을 싣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북한이 다양한 혜택을 약속했지만 어떤 것도 없었고, 우리 대부분은 광산이나 삼림, 농장에서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왔다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차별도 끝이 없었다. 그는 북한에서 가정을 꾸렸는데, 북한인 남편까지 자신으로 인해 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되자 시부모로부터 이혼을 종용받기도 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는 거리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만연한 살인, 사기, 강도 범죄를 목격했다고 한다. 1998년 남편이 사고로 사망한 뒤 그는 탈북 계획을 세워 2003년 실행에 옮겼다.

가와사키는 "북한이 9만7000명의 재일교포를 속여 일생을 불행에 빠뜨린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소송에 참여했다"며 "우리는 아직 북쪽에 있는 가족들을 구하고 싶다. 북한의 독재자를 무너뜨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재회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와사키는 지난 7월 30일 출간된 실화 소설『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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