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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병상 징집’ 보훈병원…“상이용사 수술 뒷전 밀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각 과에서 중환자실을 확보하느라 비상이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중앙보훈병원(서울 강동구)의 전문의 A씨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이렇게 글을 남겼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의료 인력은 물론 병상 부족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전담 치료 병상이 또 늘어나면서다.

중앙보훈병원은 지난 6일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는 기존 격리병동 120개 병상에 더해 전담 치료 병상 10개를 추가 설치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확산 세가 지속하면서 환자들이 속출하자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요청한 것이다.

중앙보훈병원이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6일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치료 10개 병상을 증설했다. 병원 내 감염병동 1층의 재활체육시설 공간을 활용해 음압시설을 갖춘 360.6㎡(약 109평) 규모로 만들었다. [사진 중앙보훈병원]

중앙보훈병원이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6일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치료 10개 병상을 증설했다. 병원 내 감염병동 1층의 재활체육시설 공간을 활용해 음압시설을 갖춘 360.6㎡(약 109평) 규모로 만들었다. [사진 중앙보훈병원]

이에 따라 호흡기내과 전문의와 간호사 30명, 중증환자 지원인력 3명을 투입하는 등 코로나19 전담 의료진도 보강했다. 그만큼 다른 중환자 치료와 병상 운용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A씨는 SNS를 통해 “병원 내 코로나 병상이 또 더 늘었다”며 “이번에는 기존의 중환자실을 잘라내어 공간을 만드는 덕분에 각 과에서 중환자실을 확보하느라 비상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긴 이야기이지만 짧게 말하면) 오늘 내 수술을 위해서도 내과에 부탁해 신경외과 중환자실을 빌려야 했다”며 “순간순간이 간당간당하다”고 급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훈병원의 설립 목적과 달리 상이용사 등 고령의 참전유공자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호자는 “치료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예사고 수술 날짜 잡기가 쉽지 않다”며 “지병이 있고 노인이라 수술 후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는데, 병상이 없으니 곧바로 퇴원해야 하는 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병실 징집'에 속앓이만…

비단 중앙보훈병원만의 얘기가 아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순차적으로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대구ㆍ대전ㆍ광주보훈병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부산보훈병원도 지난달 23일부터 격리 병상 56개를 확보해 전담병원 운영에 들어갔다.

중앙보훈병원 감염 전담 병동 의료진들이 지난달 4일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선별진료소 앞에서 응원 포즈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보훈병원]

중앙보훈병원 감염 전담 병동 의료진들이 지난달 4일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선별진료소 앞에서 응원 포즈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보훈병원]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한마디로 병실 징집 상황”이라며 “보훈병원과 같은 국공립병원들은 민간 병원처럼 반발할 수도 없으니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K-방역’ 홍보에만 여념이 없으니 사정은 더 나빠질 뿐,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처는 8일 중앙일보에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은 국가 위기상황에서 공공병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조치”라며 “향후 진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국가유공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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