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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바꾸겠다" 모병제도 꺼냈다…D.P. 인기 올라탄 대선주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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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는 군대 내 가혹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군필자들로부터 “과거의 악몽이 떠오른다” 등의 평가를 받으며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 그러자 대선 주자들이 군대 내 부조리 근절을 약속하며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

“행동으로 보이겠다”, “모병제 전환”

‘D.P.’로 포문을 연 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D.P.’를 봤다며 “저는 산재로 군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수십 년 전 공장에서 매일같이 겪었던 일과 다르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지사는 군대 내 가혹행위를 “야만의 역사”라고 칭하며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개혁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은 ‘D.P.’와 모병제 공약을 연결지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방위라고 군인 대접도 못 받고 매일 고참들한테 두들겨 맞고 하루종일 사역하고 군기교육대 들어온 사병들과 봉체조하기 일쑤였다”고 경험담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모병제와 지원병제로 전환을 검토한다고 공약했다”는 점을 다시 밝혔다. 홍 의원은 2017년 대선 때도 모병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7일 대구 TBC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도 ‘D.P.’가 토론 소재로 올랐다. “어디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지 굉장히 안타깝다”(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신세대 청년에게 어떤 문화와 어떤 병영생활이 필요한지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한다”(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의 발언이 나왔다.

군대 내 가혹행위. 연합뉴스

군대 내 가혹행위. 연합뉴스

그런데 어떻게? “…”

‘D.P.’ 인기와 함께 이처럼 대선주자들이 너도나도 “군 문화, 내가 바꾸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담은 공약 발표는 아직까진 없다. 홍 의원 등 일부 후보는 군대 내 가혹행위를 강제 복무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모병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병제는 출생률 저하, 군 첨단화 등과 관련된 거시적 이슈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대선주자들에게 군대 내 가혹행위 문제는 국방 공약에서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리는 이슈다. 한·미 동맹, 징·모병제, 군 장병 처우 개선, 군가산점 등이 보통 국방 공약의 앞쪽에 놓인다. 지난 2일 다른 주자들보다 앞서 국방 공약을 발표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공약을 봐도 한·미연합훈련 복원, 군 복무 청년 지원 등은 담겼지만, 가혹행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군대 내 가혹행위 문제가 청년에게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정치권에선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만 주목을 받는 휘발성 있는 이슈”라면서 “2014년 윤 일병 사건 이후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논의됐는데 아직까지 안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군인권보호관 도입을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임기 4년이 넘도록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김 국장은 이어 “대선주자들이 국방 관련 조언을 듣겠다면서 장성 출신들을 영입하는데 사병들이 겪는 가혹행위 문제를 잘 알 수 있겠냐”고 물었다.

2017년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육군 22사단 故 고필주 일병의 안장식이 그해 10월 28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7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순직으로 인정된 김 일병의 안장식에서 유족이 고인의 묘비를 잡고 오열하고 있다. 2017.10.28

2017년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육군 22사단 故 고필주 일병의 안장식이 그해 10월 28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7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순직으로 인정된 김 일병의 안장식에서 유족이 고인의 묘비를 잡고 오열하고 있다. 2017.10.28

이와 관련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측의 이기인 대변인은 7일 “히트 친 드라마 위에 숟가락을 얹고 배부른 말만 늘어놓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D.P. 열풍이 일시적인 반짝 주의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며 “여야 정치인은 숟가락만 얹을 생각 말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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