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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부스터샷“ 권하는데…오명돈 교수 ”2회 맞으면 충분“

중앙일보

입력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중앙일보 DB]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중앙일보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선두 국가들이 앞다퉈 부스터샷 시행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반 성인의 경우 2회 접종만으로 충분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는 8일 오전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상 강연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시간 지나도 기억 세포는 유지 

오 교수는 백신 접종 혹은 자연 감염 후 시간이 지나면 중화항체(감염을 막는 항체) 값은 떨어지지만 기억 세포(memory cell)는 오래도록 남아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천연두 백신 접종자를 추적한 결과 50년 후까지, 스페인 독감 환자의 경우 90년 후까지도 기억 세포가 검출됐다며 이 경우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중증 질환으로 가는 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성인은 2회 접종으로 기초 접종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낸 결론이며 앞으로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면역 저하 환자의 경우 3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했다.

질병청은 접종 완료 6개월 후부터 부스터샷 권고 

아이작 헤르조그(60. 중앙) 이스라엘 대통령이 7월 30일(현지시간) 서부 도시 라마트간의 한 병원에서 부인 미갈(왼쪽)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백신(부스터 샷)을 맞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이작 헤르조그(60. 중앙) 이스라엘 대통령이 7월 30일(현지시간) 서부 도시 라마트간의 한 병원에서 부인 미갈(왼쪽)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백신(부스터 샷)을 맞고 있다. AP 연합뉴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권고와는 차이가 있다. 전문위는 지난달 30일 "기본 접종 완료 6개월 이후부터 부스터샷을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상반기 접종을 마친 요양병원, 요양시설의 입소자와 종사자, 코로나19 확진자 진료병원 종사자 등 고위험군부터 진행하며 만성 질환자나 면역 저하자 등은 접종을 완료하고 6개월 지나기 이전이라도 우선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질병청은 전문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6개월이 지난 접종 완료자에 대해선 4분기 중 부스터샷을 시작하는 걸 목표로 접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 교수의 분석과 차이가 있다.

방역 패러다임 전환 필요 

‘위드 코로나’ 선언했거나 검토하는 주요 국가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위드 코로나’ 선언했거나 검토하는 주요 국가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 교수는 방역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깊게 고민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해오던 전통적 방식의 방역 대책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라서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내세운 건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의 3T 방역 모델이다. 호흡기 감염병을 관리하는 방법 중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증상이 발견된 환자를 검사·치료하면서 그 동선을 추적·관리하며 추가 감염을 막는 방식이다.

오 교수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예전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3T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근거로 8월 의학논문 사전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올라온 ‘중국 남부에서 유행한 델타 변이의 확산 및 역학 특성’ 자료를 들었다. 이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증상이 발생하기 4일 전부터 상당한 양의 바이러스가 호흡기에서 배출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파 시기를 살펴보면 73.9%가 증상 발현 전 이미 타인에게 전파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 바이러스 배출량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높았다.

오 교수는 "증상 발현 이후부터 추적에 들어가는 3T 전략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델타 변이가 우세종(검출률 97%)으로 자리 잡은 한국에서도 검역망 밖에 놓인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집단면역 형성보다 고위험군 백신 접종에 힘써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일반 60~64세 고령층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된 6월 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의원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일반 60~64세 고령층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된 6월 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의원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오 교수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서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와 같이 ‘집단면역(인구 70% 이상 접종 완료)’에 집중하기보다는 고령층ㆍ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접종에 보다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60세 이상 인구에서 70%가 맞았다고 가정할 경우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은 30%(약 383만명)가 문제가 된다. 만약 접종 나이가 되지 않은 청소년층에서 유행이 다시 시작되면 바이러스가 다시 고위험군으로 넘어오는데 방어막을 갖지 못한 이들이 383만명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체 인구 집단이 일정 수준 이상 백신을 맞아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간접 보호’ 효과보다는 고위험군 전체가 백신을 맞아 ‘직접 보호’ 효과를 보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결국 방역은 사회 구성원 간 가치판단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 세대가 코로나19로 겪는 질병 부담은 모두 다르다. 고령층은 사망이라는 육체적 부담이 있지만 젊은 세대는 교육의 기회를 잃고 있고, 청ㆍ장년층은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며 “세대 간 각기 다른 피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결정하는 가치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의료계, 정부 간 투명한 정보 공개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 결정을 해야 하며 합의를 끌어내는 건 결국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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