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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합격자 떨어뜨려 다른사람 붙였다…교육부 수상한 채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의 교육전문직 채용에서 합격점을 받고도 떨어진 현직 교사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에 관해 감사원도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채용 담당자의 재량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처분을 미루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직 교사 김모 씨는 정부와 교육부 직원 2명을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교육부의 교육전문직 선발 시험에서 합격 기준을 넘는 점수를 받았지만, 채용 담당자가 임의로 탈락시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교육전문직은 경력 5년 이상 교사를 대상으로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교육부는 매년 10명 안팎의 교육전문직을 뽑는다. 선발되면 학교가 아닌 교육부에서 근무하며 정책을 연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시험은 1차 서류심사와 2차 필기, 3차 면접으로 진행된다.

교육부, 합격 기준 넘은 응시자 '부적격' 처리

교육부 전경 [뉴시스]

교육부 전경 [뉴시스]

김 씨는 지난해 7월 교육부 교육전문직 선발 시험에 응시해 높은 성적으로 1·2차 시험을 통과했다. 하지만 3차 시험 합격자 명단에 김 씨의 이름은 없었다. 김 씨가 지원한 '교육과정 총론' 분야는 2명을 뽑기로 예고됐지만 합격자는 1명뿐이었다.

김 씨는 "내가 부족해서 나온 결과"라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감사원은 해당 시험에서 교육부 직원 A씨가 김 씨를 부당하게 떨어트렸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김 씨는 "감사 결과를 보고서야 합격자 선발에 문제가 있었단 걸 알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씨는 2·3차 시험 결과 응시자 중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씨가 지원한 분야 선발 인원은 2명이었기 때문에 김 씨는 최종 단계인 현장 실사를 받아야 했다. 현장 실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3차 시험까지 2등이었다면 합격했어야 했다.

지난 6월 감사원이 공개한 교육전문직 선발 시험 관련 감사 결과 보고서 일부. 교육부 담당자 A씨가 부당하게 김 씨 등을 떨어트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

지난 6월 감사원이 공개한 교육전문직 선발 시험 관련 감사 결과 보고서 일부. 교육부 담당자 A씨가 부당하게 김 씨 등을 떨어트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

하지만 채용을 맡은 교육부 직원 A씨는 김 씨와 다른 응시자 등 2명을 '부적격자'로 분류했다. 공고에 따르면 2·3차 시험 성적을 종합해 60점 미만인 경우에만 '부적격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김 씨와 다른 응시자는 모두 60점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면접위원장에게 '이해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응시자 2명을 부적격 판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A씨는 교육부에 지원자 중 적격자가 없어 1명만 합격시켰다고 보고했다. 감사원은 "부적격 판단 경위에 대한 설명 없이 면접위원회에서 ‘부적격 결정’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다"며 "이 때문에 2순위자(김 씨)가 부당하게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응시 분야에선 1명 더 뽑아 

 지난 6월 감사원이 공개한 교육전문직 선발 시험 관련 감사 결과 보고서 일부. 교육부 담당자 A씨가 부당하게 김 씨 등을 떨어트리고 다른 분야 지원자를 합격 시켰다는 취지의 내용. [감사원 감사 보고서]

지난 6월 감사원이 공개한 교육전문직 선발 시험 관련 감사 결과 보고서 일부. 교육부 담당자 A씨가 부당하게 김 씨 등을 떨어트리고 다른 분야 지원자를 합격 시켰다는 취지의 내용. [감사원 감사 보고서]

석연치 않은 정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시 시험에서는 선발 인원을 1명으로 공고한 '중등 정보' 분야의 최종 합격자는 계획보다 많은 2명으로 늘었다. 김 씨가 지원한 분야의 선발 인원이 줄어든 대신 다른 분야에서 예정에 없던 합격자가 나온 셈이다. 이 합격자는 교육부에 담당할 업무가 없어 현재 지방의 한 연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시험 결과에 의문을 품은 한 시민단체가 지난해 9월 공익감사를 청구 하면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6월 교육부에 A 씨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당시 실무를 총괄한 A 씨는 지난해 8월 주미대사관 산하 기관으로 파견돼 현재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육부 "담당자 재량으로 볼수도"

감사원의 징계 요구에도 교육부의 후속 조치는 지지부진하다. 이영찬 교육부 운영지원과장은 "징계 절차에 들어갔지만, A씨가 징계에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징계 사안으로 보이지만, '담당자 재량이었다'는 A씨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준 점수를 넘어도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느끼면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 측은 채용 담당자 판단으로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반발한다. 김 씨는 "감사 결과가 나온 지 석 달 가까이 교육부에서 연락도 없다"며 "허술하게 이뤄진 채용을 바로잡아 같은 피해자가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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