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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주려 "내딸 아닌듯"…그 아빠 유전자 검사 결과 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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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이미지. [픽사베이]

신생아 이미지. [픽사베이]

스페인의 한 병원에서 2002년 같은 날 출생한 여자아이가 뒤바뀐 사실이 밝혀졌다. 10대가 된 소녀는 "내 인생 전체가 무너졌다"며 스페인 보건부에 300만 유로(약 4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7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지역신문인 라 리오하(La Rioja)는 19세 소녀 마리아(가명)의 사연에 대해 보도했다. 2002년 로그리뇨 지역의 산밀란 병원에서 태어난 마리아는 이듬해 외할머니의 손에 맡겨졌다. 아버지는 "내 딸이 아닌 것 같다"며 외할머니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 했고, 어머니는 모성이 없는 사람처럼 마리아에게 차가웠다. 마리아는 "좋은 석회와 나쁜 모래가 있을 때, 엄마는 나에게 꼭 모래를 줬다"고 말했다.

자신의 부모가 그저 애정이 없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던 마리아에게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그가 15살이 된 2017년, 줄곧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 마리아의 주 양육자였던 외할머니가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아버지는 "내 딸이 아닌 것 같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고, 1심 치안판사는 그의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명령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마리아와 아버지는 유전적 연관이 전혀 없었다. 뒤이어 어머니와 외할머니까지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모두 마리아와 생물학적으로 남남인 것이 밝혀졌다.

스페인에서 2002년 같은 병원에서 같은 날 5시간 간격으로 태어난 두 아이가 각각 다른 부모에게 전달된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픽사베이]

스페인에서 2002년 같은 병원에서 같은 날 5시간 간격으로 태어난 두 아이가 각각 다른 부모에게 전달된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픽사베이]

라 리오하에 따르면, 2002년 마리아가 태어난 날, 산밀란 병원에는 마리아와 똑같이 혼혈이고 저체중인 또다른 여자아이가 5시간 간격으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나란히 들어갔다. 두 아이는 같은 날 인큐베이터에서 꺼내져 뒤바뀐 부모의 품에 안긴 것으로 밝혀졌다. 마리아의 변호사인 호세 사에즈 모르가는 "병원 측 실수로 인해 마리아는 가늠할 수 없는 정신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마리아 역시 "병원이 내게 행한 일은 너무도 가혹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탄식했다.

마리아는 자신의 실제 부모를 찾고 있다.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El Pais)는 "보건 당국의 초기 조사에 따르면 마리아와 바뀌었을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17명이었고, 혈액 검사 등 연속적인 조사 결과 딱 한명만 남았다"고 전했다. 현재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아기를 보살피는 간호사.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픽사베이]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아기를 보살피는 간호사.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픽사베이]

마리아의 사건에 대해 스페인 보건 당국 관계자인 사라 알바는 "당시 시스템은 지금과 달리 전산화되지 않았다"면서 "이같은 사례가 더 있는지는 보고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20년 전의 일이며, 인간의 실수였다. 누구의 책임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라 리오하는 "두 사람 인생이 바뀌었고, 주변 사람들까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보건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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