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찬호의 시선

화장실에서 곽상도 마주친 친문 의원, 하는 말이…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00:34

업데이트 2021.09.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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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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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왜 이리 심하게 하시오? 너무 많이 나간 거 아니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국회 청사 화장실에 들어서다 마주친 ‘찐문(진성 친문)’의원으로부터 들은 소리다. 곽 의원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사위 서 모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 의혹을 받아온 이상직 의원이 대통령 사위를 이 회사 고위직에 취직시켜준 대가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오른 것 아니냐”며 서씨의 출국 금지와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석엔 얼음장 같은 정적이 흘렀다. 찐문 의원의 화장실 항의는 이런 와중에 나왔다.

‘대통령 뇌물죄’까지 거론된 상황
청와대 함구로 일관, 의혹 증폭
검찰의 신속·투명한 수사만이 답

현직 대통령의 딸 일가가 뜬금없이 동남아로 이주하고, 사위가 현지 항공사 고위직에 재직한 정황은 누가 봐도 이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항공사는 2017년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직능본부 부본부장을 지낸 대통령 측근 이상직 의원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상직 의원은 문 대통령 집권 뒤 일자리 위원회 위원을 거쳐 알짜 공기관인 중진공 이사장에 오른 뒤 금배지까지 달았다. 대통령 사위 서 씨는 태국 이주 당시 증권·게임업체에 근무한 경력뿐 항공업 경험이 전무하고 30대 후반이었다. 그런 대통령 사위가 왜 대통령 측근이 실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항공사 고위직에 채용돼 ‘제임스’란 이름으로 지냈는가.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그 자체가 뇌물죄”라고 주장했다. 한데 청와대 반응이 희한하다. “대통령 가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만 연발한다. 야당이 대놓고 대통령을 ‘뇌물죄 혐의자’라 적시했는데 청와대 참모들은 “노 코멘트”만 되뇌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이스타항공 사람들은 타이이스타의 ‘ㅌ’ 자만 나와도 도망간다. 복마전의 전형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박이삼 위원장의 전언이다. “회사 태국 지점에 근무한 간부가 지난해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진정서를 내러 노조에 들렀다. 내가 ‘태국에 계셨으니 타이이스타 대표 박석호씨를 알지 않느냐’고 묻자 말없이 진정서를 찢어 휴지통에 던지고 나가버렸다. 연락해도 안 받더라.”

이스타항공은 2017년 박 위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노조 설립을 요구하자 “2년만 기다려달라”며 거부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이 회의 도중 “타이이스타란 자회사를 만든다는 데 그게 뭐냐”고 묻자, 사측의 안색이 변하더니 “노조 설립해도 좋다. 타이이스타 얘기만 하지 말라”고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타이이스타는 이스타항공이 태국에서 받아야 할 티켓 대금 71억여원을 바탕으로 설립된 정황이 짙다. 또 영업 이익은 연간 1억원도 안 되는데, 판매관리비는 5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갔나. 항공 문외한인 서씨에게 지급된 연봉과 혜택은 상당한 액수일 것이다. 반면 지난 7일로 이스타항공에서 정리 해고당한 지 1년을 맞은 노동자 600여명은 1년 8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택배 등 막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임금체불과 대량해고의 원인은 이스타항공의 방만한 비자금 운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타이이스타와 이스타항공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5월 사측을 횡령배임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전주지검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곽상도 의원도 타이이스타의 자금 실태가 드러난 태국 당국의 감사 보고서를 입수해 전주지검에 제출할 뜻을 전했으나 지검 측이 “자료는 접수하겠지만 오실 필요는 없다”며 방문을 거절했다고 곽 의원실 관계자가 전했다.

전주지검의 이런 태도는 수사에 소극적이거나 기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의혹의 핵심 고리인 서씨는 현재 국내 체류 중이란 정황이 포착됐다. 그런데도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선 검찰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곽 의원의 예결위 대정부 질문에 대해 “그게 예결위랑 무슨 상관이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상관이 있다. 대통령 딸 일가는 청와대의 경호 대상이다. 딸 일가가 태국에 이주하면 경호진도 따라가야 하니 국고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곽 의원은 “외교부에 따르면 6급 공무원이 동남아에 근무하면 숙소비 등 연간 최대 7000여만원이 지원된다”며 “대통령 일가를 태국에서 2인 1조로 3교대 24시간 경호한다면, 연간 9억원이 추가된다”고 했다. 이게 다 국민 세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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