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고발 사주 의혹, 중립적 조사로 실체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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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김웅 "기억 안 나" 맹탕 회견, 혼란만 증폭    

증거 없는 폭로전 멈추고, 진상 규명 필요 

‘고발 사주’ 의혹의 중심에 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기자회견을 했지만 기억에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 혼란만 키웠다. 손준성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받았는지에 대해 그는 “기억 나지 않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 동시에 “(보도된) 자료들이 사실이라면 정황상 제가 손모씨로부터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오락가락 말을 바꿔오던 태도 그대로여서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어떤 경우든 위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여야 모두에서 “자신만 법망에서 빠져나가려는 ‘법꾸라지’ 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 의원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이 낸 고발장도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의혹 문건이 사실이더라도 선거운동에 바빠 자료를 당에 전달만 했을 뿐이라 책임이 없다는 태도도 보였다.

고발 사주 의혹은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여권은 국민의힘 윤석열 예비후보가 사주의 배후라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서 “지난해 총선 당시 세 가지 공작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이제 보니 고발 사주 의혹이 하나였다”며 “선거 개입을 넘어 민주주의를 교란시키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여권은 윤 후보가 수사를 받아야 하고, 대선후보에서 사퇴하라고 공격한다. 하지만 여권은 분명한 증거 없이 의혹만 부풀리며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자청해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으로 선거를 치르면 되느냐. 시나리오가 뻔하다”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출처와 작성자가 확인돼야 신빙성 있는 근거로서 의혹도 제기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없는 괴문서를 갖고 국민을 혼돈에 빠뜨리지 말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의원들도 면책특권에 숨어선 안 된다며 “제가 그렇게 무섭나. 저 하나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 창출이 그냥 되느냐”고 반문했다. 윤 후보는 떳떳하게 나가 입장을 밝힐 테니 국회로 불러 달라는 입장도 밝혔다.

정치 공방으로 흐르는 것을 막으려면 의혹의 실체가 서둘러 규명돼야 한다. 제보자가 휴대전화 등을 대검에 제출했다니 김 의원과의 통화나 메신저 내역 등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감찰을 맡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은 친정부 인사여서 공정하게 밝히기 어렵다는 반응이 검찰 내부에서도 나왔다. 대검 감찰부나 법무부 측 조사는 무슨 결과를 내놓더라도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윤 후보 등은 대검이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수용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문제 삼는다. 공수처가 수사 착수 움직임을 보이는데, 당장 검찰도 중립적 인사와 체계를 꾸려 진상을 조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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