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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환이 향한다, 30홈런·100타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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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두산 양석환이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서 1회 초 백정현으로부터 좌월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두산 양석환이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서 1회 초 백정현으로부터 좌월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시즌 30홈런·100타점은 거포를 상징하는 기록이다.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내야수 양석환(30·두산 베어스)이 이 기록에 도전한다.

지난 3월 25일 LG 트윈스에서 트레이드된 양석환은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5개월 만에 두산을 대표하는 거포로 우뚝 섰다.

지난 4~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21~23호 홈런을 연달아 터뜨린 양석환은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도 세웠다. 8일 현재 홈런 1위 최정(SSG 랜더스·26개)과 3개 차다.

홈런과 함께 타점도 순식간에 쌓였다. 삼성과 2경기에서 7타점, 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1타점을 올려 70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점 순위도 7위로 껑충 뛰었다. 두산에서 유일하게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0.291로 기복 없는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양석환은 “개인 순위표는 잘 보지 않지만, 주변에서 알려줘서 대충은 알고 있다. 그런데 홈런 1위는 못한다. 가장 큰 구장(서울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어서 불리하다. 원래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가 욕심내는 기록이 하나 있다. 30홈런·100타점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기록을 달성하면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선수가 시즌 30홈런 이상을 때린 건 총 11차례였다. 타이론 우즈(1998~2001), 김재환(2016~2018), 심정수(1999), 김동주(2000·이상 두산), 이병규(1999), 로베르토 라모스(2020·이상 LG) 등 6명만 달성했다. 이중 이병규와 라모스를 제외하면 100타점도 함께 달성했다.

프로야구 40년 사상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4명뿐이었다. 양석환은 “힘들겠지만 은퇴하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14년 KBO리그에 데뷔한 그는 어느덧 8년 차가 됐다. 이전까지 30홈런·100타점을 향한 열망을 입밖으로 내본 적이 없다. 올해만큼 잘한 시즌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9~2020시즌을 상무에서 보낸 그는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

양석환은 “지난겨울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다른 선수들이 쉴 때 몸을 만들었고, 11월부터 기술훈련을 시작했다. 올해 정말 잘하고 싶었다. 시범경기 성적이 괜찮아서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트레이드됐다. 그는 “내 의지로 팀을 옮긴 게 아니라서 솔직히 마음고생을 했다”고 전했다. 깜짝 트레이드는 그의 야구인생 최대의 전환점이었다. 두산에서 장타 생산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석환은 “김태형 (두산) 감독님이 ‘네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면 팀에 도움된다’고 하셨다. 그 말이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됐다”며 “예전에는 출루를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볼넷을 얻어서라도 나가려다 보니 내 단점을 못 고치고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태형 감독은 “양석환이 기대보다 잘하고 있다. 정교한 타격에 집중하면 장타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장타를 펑펑 때리면서) 타율도 2할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으니 정말 잘해주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2018년 홈런왕 김재환이 양석환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양석환은 “재환 형이 훈련 때 세세하게 봐주신다. 내 타격 자세가 달라진 부분이 있으면 알려준다. 덕분에 타격감이 잘 유지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적생으로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양석환은 이제 주변도 돌아보고 있다. 그는 “팀이 7위까지 떨어져서 힘든 상황이다. 전반기에는 팀 성적을 크게 신경쓰지 못했다. 앞으로는 후배들도 잘 챙기면서 가을야구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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