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팬덤 금지…“건륭제도 시진핑도 민간영역 발달하면 억누르는 통치술”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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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방탄소년단 지민. 웨이보는 지민 팬들이 홍보를 위해 모금을 했다며 팬계정을 정지했다. [뉴시스]

방탄소년단 지민. 웨이보는 지민 팬들이 홍보를 위해 모금을 했다며 팬계정을 정지했다. [뉴시스]

최근 중국 당국이 자국 연예인의 탈세나 고액출연료, 이중국적 등을 놓고 대대적인 사정 정국을 만들면서 K팝까지 겨냥하자 국내 기획사들은 그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걱정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돈을 모아 지민 사진으로 래핑한 제주항공 항공기를 띄웠다가 구독자 116만명인 팬 계정이 60일간 정지됐다. 웨이보 측은 “사회 공약(公約)을 위반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BTS의 RM·제이홉·진, 블랙핑크의 리사·로제, 아이유 등의 팬 계정이 30일간 정지처분 됐다.

지난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냥파오 등 불건전한 미적 기준을 결연히 근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냥파오’는 화장을 하는 등 여성스러운 남성을 지칭한다. 또 팬을 위해 모금하는 팬덤 문화도 금지했다. 이 근원에 K팝 등 한류가 있다고 당국은 본다.

전문가들은 “2016년 사드(THAAD) 배치 후 지속해 온 ‘한한령’에 고삐를 더 죄는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한한령’은 이제부터”라고 진단한다.

『현대중국의 제국몽』을 쓴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나치게 비대해진 민간 영역에 대한 통제 강화에 작정하고 나선 것”이라며 “중국 당국은 민간 영역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관리될 때까지 장기간 규제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전 교수는 “청나라 때 주요 가문이 융성하고 세력이 커지자 건륭제는 중앙 권력에 위협이 된다며 가문의 내부 규율까지 중앙에서 간섭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체제뿐 아니다.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정 부분 민간에 자율을 주다가도, 지방이나 민간영역이 지나치게 발달하면 하나의 중국을 유지하려 억누르는 방식이 중국 역사에서 반복됐다”고 덧붙였다.

‘소분홍(小粉紅)’을 분석한『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의 저자 김인희 박사도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소분홍은 인터넷 기반으로 강력한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젊은 집단으로 신세대 홍위병이라 불린다.

김 박사는 “태양이 둘이 될 수 없듯 중국에서 영웅은 공산당, 특히 시진핑 주석이어야 하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아이돌을 떠받드는 것에 중국 정부가 심각한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K팝의 가사나 문화는 자유와 개성과 개방을 중시해 은연중 민주주의에 맞닿아있다. 중국 당국은 젊은층이 이런 문화에 물드는 것이 체제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최근 교육과정에서 전통문화와 혁명문화 강화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BTS 등에 심취한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이런 규제에 대항하는 ‘아미’가 되어줄까. 김 박사는 “노”라고 단언했다. 그는 “천안문 사태 때 유명한 말이 있다. ‘그날 밤은 날이 흐렸고 달도 뜨지 않았다. 나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쳐서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자신들은 천안문 사태에 대해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어떤 이상이나 이념을 위해 저항하겠다는 의지는 없다. BTS 팬들도 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이번 조치는 중국의 국가 체제 유지에 악영향을 주는 근원을 미리 제거하려는 의지로 보여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은 “K팝 산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피지컬 앨범 분야인데 지난해 대 중국 K팝 앨범 수출 규모는 약 200억원대다. 올해 K팝 피지컬 앨범이 전 세계에 5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가요계가 ‘한한령’으로 예방주사를 맞아 충격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A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공식 행사를 못 했고 이미 북미·유럽 등으로 시장이 다변화해 오히려 탈중국 전략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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