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냐 독점이냐…심판대 오른 ‘네·카’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00:02

업데이트 2021.09.0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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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비자 편익을 높인 혁신의 아이콘’과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의 대명사’.

국내 빅테크의 선두 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극과 극의 평가 속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카카오를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두 회사를 흔들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3위 네이버와 5위 카카오 주가는 8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날보다 10.06% 하락한 13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카카오 주가가 14만원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6월 11일(13만5500원) 이후 90일 만이다. 네이버도 전날보다 7.97% 떨어진 40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 7월 6일(40만9500원) 이후 두 달 만에 40만원 선으로 내려왔다. 이날 카카오와 네이버는 외국인 순매도 종목 1, 2위였다. 외국인은 카카오를 4357억원, 네이버를 2290억원 순매도했다.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한 건 두 회사의 사업에 제동을 거는 각종 규제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계열 금융 플랫폼에서 펀드·보험 등 다른 금융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게 어려워진다.

카카오페이 등 금융플랫폼은 송금이나 결제 등을 통해 이용자를 모은 뒤 대출과 투자·보험 등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의 추천 인기 보험’ 같은 문구 등을 노출해 금융플랫폼을 통해 체결된 계약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그런데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일부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중개’ 행위로 판단해 시정 조치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계도 기간이 끝나는 오는 24일까지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 등으로 정식 등록하지 않으면 금융 관련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어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소법 등으로 빅데이터를 통한 다양한 금융상품의 판매와 중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다소 과도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소법만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한 여당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골목상권까지 파고들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며 불공정 거래와 시장 독점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를 겨냥한 규제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여당 “플랫폼 기업 이익만 극대화” 업계 “소비자에 편의 줘서 성장한 것”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 법인을 포함한 카카오 계열사는 총 158개로 인터넷 은행과 택시 호출, 주차·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등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사 대상 유료 요금제를 도입하고 호출 요금을 인상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철회하기도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사전 규제, 금지 행위를 통한 사후 규제 모두 필요하다”며 “카카오T에 대한 규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카카오를 직접 겨냥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송갑석·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란 명칭으로 연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 의원은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이익만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서면 축사에서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플랫폼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둘이 아니다.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 여러 법안이 계류돼 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플랫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던 이유는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사업 영역이 너무 늘었으니 규제하겠다는 건 플랫폼 기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인 만큼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구성원과 신뢰 속에 성장할 수 있는 상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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